금리가 1%포인트 더 떨어지면 적자를 보는 보험사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사례처럼 보험사 연쇄 파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보험연구원과 금융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저금리 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 세미나에서 “저금리가 계속되면 이차(利差) 역마진이 확대돼 보험사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차 역마진이란 자산운용에 붙는 이율이 낮아 보험료 수입보다 지급금이 더 많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보험사는 절벽 향하는 기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세미나에 참석해 “고금리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비중이 높고 자산운용 역시 금리에 민감한 채권 투자 위주”라며 “보험사들은 저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생명보험사에서 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은 53.6%(159조원) 수준이다. 고객에게 연 6% 이상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상품도 35%에 달한다.

그는 “저금리·저성장 위험에 대해 보험업계가 아직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생보사들은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다”고 걱정했다. 저금리 기조가 1990년대 일본처럼 업계 전반적의 구조개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기 대응방안으로는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주문했다. 그는 “보험사들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정서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신흥국에 진출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고령화가 빠른 점을 감안할 때 사적 연금이나 의료보험 상품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7곳 도산한 일본 따를 수도

일본에선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라 1997년부터 4년간 생명보험사 7곳이 파산했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가 추가로 1%포인트 떨어지면 보험사에서 당기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 2.92%(10월22일 기준 국고채 5년 수익률)인 금리가 지속된다면 보험업계가 2조3000억원의 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향후 45년간 발생할 현금흐름의 부족분과 현재 적립금 간 차액을 비교한 결과다.

문제는 금리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가 매년 1%포인트씩 떨어지면 2016년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연 1.47%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보험금 지급 재원이 모자라지 않도록 당국이 준비금 적립에 적용하는 표준이율을 시중금리에 맞춰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들도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는 한편 금리 하락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안치홍 밀리만컨설팅 대표는 “일본 회사들은 판매채널을 재정비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한편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해 저금리 충격에서 벗어났다”며 “국내 기업들도 시장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