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해야죠"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바로 일하러 갑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

5일 발표된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사장들은 기쁜 표정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이날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치고 나온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열심히 해야죠"라는 말로 승진 소감을 대신했다.

사장 타이틀을 달고 첫 회의에 참석한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은 "바로 일하러 간다" 며 "약속이 있어 급히 가야한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차차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임된 사장 가운데 일부는 "살아 남았네요"라는 농담섞인 인사를 건네기도 헀다.

삼성은 이날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골자로 한 2013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부회장 2명, 사장 승진 7명, 이동ㆍ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7명 규모다. 지난해 대규모 승진과 올해 수시인사 등을 감안할 때 소폭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지난해 수준의 인사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경제민주화 바람 등 정치권 분위기를 고려해 승진하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려온터라 삼성 안팎에선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솔직히 전혀 예상 못했다" 며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승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예상 밖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스마트폰ㆍTV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사업의 글로벌 1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세계 최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 회장, 중국 리커창 부총리 등 해외 정ㆍ재계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 8월에는 영국 제4 이동통신사인 허치슨 3세대 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켰다. 통신장비 쪽은 삼성전자가 새롭게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부서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고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에 올랐다. 2011년부터 사장을 맡아왔다.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완제품과 부품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품 쪽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삼성전자 대표는 이 부회장인 셈이다.

신임 사장들은 이날 12시부터 1시간 가량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코퍼레이트클럽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오찬을 가졌다. 해외출장을 가 있는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사장을 제외하곤 신임 사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오찬은 함께하지 못하고 잠시 들러 사장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찬에 참석했던 한 신임 사장은 "최 실장이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