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하며 그 시점을 오는 10일부터 22일 사이라고 했다. 19일 실시되는 남한 대선 전후다. 북한은 4·11총선을 눈앞에 둔 지난 3월16일에도 광명성 3호 로켓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때문에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북풍(北風)’ 변수를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직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공개 질문을 던진 것도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2일 “선거 결과를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속셈”이라며 발사 철회를 요구했다. 박광온 민주통합당 선대위 대변인도 “우리는 수차례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군사적, 정치적 도발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통해 우리 선거에 영향을 줬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풍’은 보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북한은 1996년 4월 총선을 1주일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병력 수백 명을 판문점 북측 지역에 투입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139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을 꾸렸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국민의 안정심리를 자극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엔 북한의 도발 후 단호한 대응보다는 포용정책을 주장하는 정당에 표가 쏠리는 경우가 있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도발 후 두 달반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현 야권이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선거에 미치는 북풍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해와 대선 개입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은) 오히려 우리 국민의 대북 인식만 악화시켰다”며 “쏘더라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7일이 김정일 사망 1주기라는 점에서 북한은 추모 성격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주민과 군부의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려는 뜻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결속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 로켓이냐 미사일이냐

장거리 로켓과 미사일은 3단계 연료탱크에 의해 추진되는 발사방식이 같다. 발사체 머리 부분인 탄두에 폭약을 탑재하면 공격용 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장착하면 로켓으로 규정한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인공위성(광명성 3호 2호기) 운반용 로켓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실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영식/조수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