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 추진 과제였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재계는 물론 청와대와 여당, 정부 등으로 확산되자 정운찬 위원장은 2011년 3월20일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며 승부수를 던졌다. 사의 표명에 앞서 정 위원장은 다섯 장짜리 장문의 사퇴서를 작성했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이런 것조차 통용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직(職)을 수행하기 어렵다. 동반성장의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의 사퇴 표명 소식에 청와대는 당황했다. 정 위원장이 여기서 물러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동반성장이 더 이상 추동력을 갖지 못하고 좌초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를 만나 사퇴서를 전달했고, 박 특보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운찬의 회고. “이 대통령이 사퇴서를 받아 보고는 ‘정 위원장의 동반성장에 대한 순수함이 느껴진다. 양극화 해소와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마음도 담겨 있고…’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잇따라 정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께서 앞으로 더 신경을 쓰실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주일 정도 지난 3월28일 서울 팔래스호텔. 동반위 전체회의에 나타난 정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흘 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동반성장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정 위원장은 “사퇴 표명은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를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퇴 표명 이후 1주일간 청와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명칭은 정 위원장의 복귀 이후 재검토됐다.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초과이익공유제 대신 성과공유제를 정책적으로 채택해 추진하기 시작했다. 동반위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차병석 정치부 차장(팀장), 이심기 경제부 차장, 서욱진 산업부 차장, 류시훈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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