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11월25일 전에 끝내야"…안철수 측 "후보등록후 할수도"
야권 대선 후보 간 단일화 논의 과정이 10년 전인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양 진영 간 기싸움으로 10월 말부터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던 당시에 비해 시간표가 다소 늦어질 뿐 2002년 판박이로 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의 단일화 논의 제안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30일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안 후보가 종합정책을 내놓는 11월10일까지는 정책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본격적인 룰 협상 시점은 10년 전과 비교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 측은 “11월25, 26일 후보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끝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 측은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단언할 수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측 "11월25일 전에 끝내야"…안철수 측 "후보등록후 할수도"
안 후보 측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여론조사 외통수’ 단일화 방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 측은 양측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 경선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와 배심원투표, 현장투표 등을 혼합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식을 내심 선호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26~28일 실시한 단일화 방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경선(49%) 방식이 여론조사(25%)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양측 간 단일화 방정식은 11월 중순까지 나타나는 문·안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측 "11월25일 전에 끝내야"…안철수 측 "후보등록후 할수도"
2002년 협상 시간표를 대입했을 때 11월10일 이후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장담할 수 없다. 당시에는 10월31일 노 후보가 단일화 수용 입장을 밝힌 뒤 11월8일 첫 실무진 회동을 시작으로 9일부터 본격적인 룰미팅에 들어갔다. 8일 뒤인 17일 노·정 후보 간 단일화 합의가 이뤄졌으나 여론조사 설문조항 유출 공방 끝에 파기하고 재협상에 들어가 22일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23일 한 차례 TV토론 후 24일 하루 동안의 여론조사를 거쳐 25일 0시5분에 노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단일화 물밑 접촉에서 협상 완료까지만도 3주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단일화를 앞둔 여야 세 후보 간 지지율 추이도 10년 전과 비슷하다. 10월 말께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30% 중후반의 견고한 지지율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정 후보가 20%대 중후반, 노 후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지지율을 보였다.

2002년 단일화 과정에서는 노 후보가 단일화 압박을 받았던 반면 이번에는 안 후보가 대상이고, 당시 정 후보는 국민통합21이라는 당 소속인데 비해 안 후보는 무소속인 점이 달라진 면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