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原電 관리체계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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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정보센터 분석
겨울 다가오는데…이달들어서만 4基 고장
23基 중 6基 가동 중단
"부품 디지털화 탓" 해명에 "역량부족 실토하나" 비판
겨울 다가오는데…이달들어서만 4基 고장
23基 중 6基 가동 중단
"부품 디지털화 탓" 해명에 "역량부족 실토하나" 비판
지난 29일 가동을 멈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원전 고장사고가 4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아홉 번째 고장이다. 현재 전국 23기 원전 중 고장과 계획정비 등으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6기다.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을 앞두고 단기간에 사고가 집중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정부의 원전 관리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고장 주범?
30일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설 사고·고장이 발생한 건수는 1기당 평균 2.95회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가동을 멈춘 원전은 신고리 1호기로 이 기간 중 9번 발전이 중단됐다. 이어 고리 3호기(7회), 영광 5호기(6회), 고리 2호기(5회), 울진 1·고리 2호기(4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울진 1호기, 영광 6호기, 월성 1호기 등 올 들어 가동이 중단된 원전 9기는 최근 5년간 1기당 평균 4.33회의 고장사고를 일으켰다. 평균보다 2배 이상 고장이 더 발생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은 건설 후 안정화되기 전 2~3년 동안 고장이 빈번한 경향이 있다”며 “특정 원전의 문제로 보기에는 고장의 추세나 패턴이 일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잇따른 고장 원인으로 ‘원전의 디지털화’를 꼽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일체형 디지털 부품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기술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게 한수원 측 해명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직원 실수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일련의 고장은 아날로그 원전이 디지털 원전으로 대체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고장은 원자로 등 핵심 부문이 아닌 비핵심 부문에서 발생해 방사능 유출 등 위험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엔진(원자로)이 아닌 배기계통에서 고장이 난다는 것. 미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을 비교해 1기당 평균 고장 발생 건수가 적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부품 제작부터 한수원이 참여
하지만 사전에 부품 검증이 충분치 못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게 됐다. 한수원은 경영관리본부 아래 자재처에서 부품 구입을 담당하고 있다. 납품업체로부터 품질보증서와 같은 문서를 제공받아 품질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해명은 결국 역량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위험성이 낮은 고장이지만 고장이 잦을수록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납품비리 등 발전계통의 국산화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한수원이 부품 설계부터 제작 등 전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를 보강할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설계 단계부터 검증을 강화해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