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북한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엔과 한국:함께 이루는 인류의 꿈’이라는 주제의 특별연설에서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고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열망은 누구보다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7년 1월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국회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북한 영유아들의 영양결핍에 따른 발육부진은 심각한 문제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시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은 북한의 취약 주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원물품이 전용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최선의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이 민족 전체의 이익을 보는 큰 마음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국회가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에 조속히 부응하고 주민생활 개선에 앞장섬으로써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 총장은 “동북아는 세계 중심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지만 과거로부터의 갈등요인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동북아는 올바른 역사인식과 대화에 기초해 미래를 내다보면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다방면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한국이 교량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반 총장은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개발, 분쟁 예방 및 대처, 인권 및 민주주의 확립 등 세 가지의 큰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 모두에서 성공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범사례이기에 국제사회의 역량을 결집하는 ‘촉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