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인치 LCD(액정표시장치) 구동 전압이 높은 것 같은데 확인해 보세요.”

LG디스플레이의 최대 해외법인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 한국에서 LCD 패널을 납품받아 TV 직전 단계인 LCD 모듈을 만드는 라인이다. 주로 LG전자와 중국 TV 업체에 납품한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 24일 오후 갑자기 한국 파주에서 연락이 왔다. 이날 오전 광저우 법인의 불량률이 높아지자 바로 “LCD 구동전압을 조정하라”는 조치가 떨어졌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반 거리인 이곳까지 본사 직원이 급파된 것도 아닌데 즉각 시정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답은 원격 제어에 있었다.

광저우공장 곳곳엔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달려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기술 자문을 구하기 위해 2010년 설치했다. 초기엔 “돈만 많이 든다”거나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으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김인수 광저우 법인장은 “직원 상당수가 입사 후 2년 내 그만둬 숙련도가 높지 않은 단점을 원격 제어로 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만 1주일 이상 걸렸다. 숙련공이 없는 데다 37개나 되는 광저우 생산 라인을 훤히 꿰뚫고 자문할 수 있는 기술자가 없던 탓이다. 원격 제어가 실시된 뒤 이 기간은 평균 1~2일로 줄었다.

자문과 토론을 거듭한 끝에 생산 공정 수도 20%가량 단축시킬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력 제품인 42인치 LCD 모듈 공정 수는 12개였지만 올해부터 10개로 줄였다. 모듈 1개를 생산하는 시간도 15초에서 12초로 빨라졌다. 16초인 파주보다도 25%가량 빠른 속도다. 본사에서 “스승보다 제자가 낫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광저우 법인의 혁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초부터 인근에 있는 협력업체 쇄신에 들어갔다. LCD 모듈에서 가장 중요한 백라이트를 공급하는 3개사가 1차 대상이었다. LG디스플레이 소속 엔지니어 20여명이 순차적으로 달라붙었다. 우선 백라이트 전체가 고른 밝기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도광판 개선에 힘써 불량률을 20%대에서 8%로 떨어뜨렸다. 덕분에 전체 백라이트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80% 선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6개월 만에 이룬 성과였다.

협력사들이 반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백라이트 원가도 크게 개선됐다. 사내 스킬올림픽에서 최우수상 격인 ‘일등 LG상’을 받아 대표적 동반성장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제품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소형 모니터 같은 돈 안 되는 제품을 정리하고 테두리(베젤) 없는 ‘아트 TV’와 3차원(3D) TV, 고해상도 모니터 등의 비율을 늘렸다.

광저우 법인은 ‘모바일 사업 하나 없이 돈을 버는 신기한 곳’으로 통하며 다른 법인장들이 찾는 필수 견학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3분기 2534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8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한 데에는 광저우 법인 역할이 가장 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광저우=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