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원 숫자도 적은 편… 과연 특권 줄어들까 '갸우뚱'

국회의원 수를 100명 줄이자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파격적 정치 개혁안이 논쟁을 예고했다.

안 후보는 23일 인하대 특강에서 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2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일 것을 제안했다. 정치 개혁을 위해 먼저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법률상 의원 수는 200명 이상인데,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늘려 300명까지 됐다" 고 지적하며 "법이 부여한 권한만으로도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의 정치 개혁안은 기대 이하" 라고 평가했다. 같은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진보 진영의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 후보는 "의원 수의 문제가 아닌 거대 양당 중심의 닫힌 정당 체제가 문제의 핵심" 이라며 "폐쇄적 정당 체제를 그대로 두고 의원 수를 늘리고 줄여봐야 민의가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는 '정치의 병목현상' 은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안 후보의 정치 쇄신 방안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일까. 또한 바람직한 방향일까.

안 후보의 제안을 뜯어보면 이렇게 요약된다. 의원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 정치권의 특권 폐해를 줄이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숫자를 줄이자는 것.

정치 개혁, 또는 정치 쇄신으로 표현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정당)정치 혐오' 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다는 인식부터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의원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외 여러 국가들의 인구 대비 의원 수를 살펴보면 현재의 300명도 적은 편이다.

강원택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장의 논문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 에 따르면, 영국 독일 호주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 20개국 평균 인구 대비 의원 수를 한국에 대입할 경우 775명의 의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원 수를 축소한다고 해서 특권이 철폐되고 정치가 바뀔지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오히려 반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의원 수가 줄면 자연히 의원 한 명이 갖는 입법 권력이 강해지고, 이는 특권 강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안 후보는 의원 수를 줄이되 비례대표 비율은 높여 사회적 소수자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했으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당 체제가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외 계층이나 사회적 소수자의 대표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줄어들 우려가 있다. 기존의 거대 정당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이다. 반면 국회에서 각 계층 입장을 대변하거나 다양한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이 제한될 가능성은 더 크다.

의원 수를 축소하면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법조계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법조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고 변호사 숫자를 확대해 소수의 특권을 해체하는 시도를 했다. 안 후보와는 정반대 방향인 셈이다.

이와 관련, 홍재우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는 정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거나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안 후보의 방안대로 의원 수를 줄이면 오히려 특권이 강해져 '엘리트 정치' 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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