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세요.”

골프존문화재단(이사장 김영찬)이 국내 골프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골프선수들을 ‘멘토와 멘티’로 묶는 특별한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골프존문화재단은 23일 제주 오라CC에서 시니어프로와 국가대표 주니어 선수가 2인 1팀이 돼 동반라운드를 펼치는 ‘키다리 아저씨 골프대회’를 열었다.

국내 최다승인 프로통산 43승을 거둔 최상호(57)와 현 시니어투어 상금랭킹 1위 최광수(52) 등 시니어프로 40명은 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 선발포인트 상위 중·고등부 남녀 선수 40명과 라운드하면서 오랜 선수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했다.

주니어 선수들의 부모는 “멘탈이나 코스 매니지먼트 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하나라도 더 물어보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주니어 랭킹 15위인 김현지(15·경북 구미 현일중3)는 최상호에게 쇼트게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특히 훅라인 퍼팅을 어떻게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최상호는 “퍼팅은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나는 때려서 퍼팅을 하기보다 라인에 태우는 퍼팅을 한다. 현지양의 스타일에 맞는 퍼팅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국가대표 정인욱(16·대구 영신고1)은 ‘역전의 명수’로 유명한 최광수에게 “잘 치고 있을 때나 못 치고 있을 때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광수는 “공격적으로 시작했으면 끝까지 공격적으로 임하고 지키는 골프를 하기로 했으면 이를 고수해야 한다.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좋다. 라운드 도중 음식을 먹을 때도 갑자기 단 음식을 먹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바나나 같은 것을 먼저 먹은 뒤 초콜릿 등 단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골프존문화재단은 홍보 효과가 큰 프로골프대회 대신 골프의 저변 확대와 골프문화 선진화를 위해 이 대회를 마련했다. 재단은 또 시니어 선수들을 위해 이번 한국시니어오픈 총상금을 1억원으로 늘려 시니어대회 사상 최초로 억대를 돌파했다. 국내 시니어대회의 총상금은 보통 7000만~8000만원 정도다.

또 이날 출전한 국가대표 40명 전원에게는 총 1억원의 장학금과 골프용품을 전달했다. 남녀 1위를 한 국가대표에게는 매달 100만원씩 1년간 1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꼴찌를 해도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

김영찬 재단 이사장은 “골프 강국의 토대를 제공했던 원로들을 예우하고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고자 이 대회를 열게 됐다”며 “유명 대회나 프로를 지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에 다가가는 것이 골프팬들의 사랑으로 성장한 골프존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