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집 청소까지 해줘요" 진화하는 美기업 직원 복지
“한 달에 두 번 집 청소를 해드립니다. 야근하는 날엔 사내식당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세요. 급하게 보모가 필요하면 구해드립니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 진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스톡옵션 등 금전적 보상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 정신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런 변화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의 노트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업체 에버노트는 매월 두 번씩 직원 250명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준다. 맞벌이 직원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고, 회사가 직원들의 생활을 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또 휴가를 가는 직원들에게는 1000달러씩 준다. 단 친정이나 시댁이 아니라 재충전을 위한 여행을 가는 조건이다. 필 리빈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의 마음 상태는 생산성과 직결된다”며 “행복한 직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의 부모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직원 부모 및 조부모에게 영양사의 컨설팅과 개인 트레이너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양 의무를 회사가 분담하는 셈이다. 딜로이트는 또 불임과 불화 등 가정 문제를 상담해주기도 한다.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무료 식사 제공, 출산장려금 지원 등도 확산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 직원들은 야근을 하면 사내식당에 가족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또 출산하면 4000달러, 입양하면 5000달러를 받는다. 구글 직원들도 출산하면 500달러를 지원받는다.

스탠퍼드 의대는 의사들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주고, 식사도 배달해준다. 바이오업체 제네텍은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해나 밸런타인 스탠퍼드 의대 학과장은 “일을 마치고 녹초가 돼 집에 돌아왔는데 청소 등 집안일이 쌓여 있다면 의사들이 탈진해 좋은 진료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 혜택을 통해 병원이 의료진 개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