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휴대폰 부품업체 A사는 운영자금이 모자를 때마다 공장 인근에 있는 시중은행 지점에서 연 6~7%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부동산담보대출 한도가 꽉 차 있어서다. 돈을 빌릴 때마다 신용대출 금리가 더 싼 은행을 찾아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 은행 저 은행의 지점을 찾아가 금리 상담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신용과 담보대출이 합쳐진 비보증부대출 금리만 나와 있어 정작 필요한 신용대출 금리 비교는 어려웠다.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중소기업들이 은행별 신용·담보대출 금리 및 금리 구간별 대출 취급비중 등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들이 금리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 은행 간 경쟁을 통한 중기 대출 금리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2일 “최근 은행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 금리 비교공시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신용 및 담보대출에 대한 신용등급별 금리현황을 세분화해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 대출 금리는 △보증부대출 보증비율별 금리 △신용대출(순수신용, 견질담보 등) 신용등급별 금리 △부동산 등 물적담보대출 신용등급별 금리 △금리구간별 취급비중 등으로 세분화해 공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은행은 공시 직전 3개월간 신규 대출취급(만기연장 포함) 실적을 기준으로 항목별 금리 현황을 매달 말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보증부대출과 비보증부대출(신용+담보대출 합계) 금리만 공시해 중소기업 입장에선 구체적인 신용 및 담보대출 금리를 파악할 수 없었다.

금감원은 이번 비교공시 시스템 강화를 통해 은행 간 중기 대출 금리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신용 및 담보대출 상품 선택권이 넓어지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리 비교공시 시스템 개선과 함께 은행들의 중기 대출 현황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마다 30~40% 수준으로 정한 중기 대출 비중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경기둔화로 인한 부실을 우려해 중기 대출액을 지난해(1~7월) 15조100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1조9000억원으로 3조2000억원 줄였다.

중소기업 유동성 신속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거친 업체에 대한 은행들의 차별 행위도 막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 기업인데도 패스트트랙을 거쳤다는 이유로 은행들로부터 여신분류 과정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거나 부당한 가산금리를 부과받는지 등도 따져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류시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