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테마株 '잔챙이들의 전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7년 '4대강' 테마 독보적…대선 판세 주도
2012년, 판박이 공약에 수혜株 선별 어려워
후보 발언따라 복지·교육株 '3일 천하' 신세
2012년, 판박이 공약에 수혜株 선별 어려워
후보 발언따라 복지·교육株 '3일 천하' 신세
‘대선 정책테마주가 보이지 않는다.’
증시 참가자들은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18대 대통령선거가 5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뚜렷한 정책테마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교육·일자리·복지 관련주 등이 돌아가며 강세를 보였지만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5년 전 이맘때 이화공영 등 대운하 수혜주가 세몰이를 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유력 대선 후보 세 명 간 혼전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과거 같은 대형 개발공약이 사라졌으며 백화점식 선언적 공약만 쏟아내고 있어 뚜렷한 정책테마주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이 임박할 때까지 소문과 추측에 근거한 정책테마주가 두더쥐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3일 천하’ 정책테마주
지난 8일 비상교육(14.67%) 디지털대성(14.89%) 메가스터디(10.67%) 등 교육주가 테마를 이뤄 갑자기 급등했다. 수능(11월8일)이 약 한 달 남은 시점인 7~8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교육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19일 종가는 8일 이전보다 낮아졌다.
증시에서 ‘일자리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윌비스는 지난달 17~19일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온라인 취업포털업체 사람인에이치알도 같은 기간 46.19% 급등했다. 문 후보가 ‘청년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선 데 영향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윌비스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급등 이전 수준(3030원)인 2935원까지 하락했다. 사람인에이치알도 지난달 19일 2만5950원을 정점으로 2만250원까지 떨어졌다.
안 후보가 8일 발표한 대륙철도 건설 구상 때문에 급등했던 대아티아이 리노스 세명전기 등 철도주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주로 꼽히며 급등했던 주연테크 등 중소형 PC업체도 하락세다.
5년 전인 17대 대선 때는 사뭇 달랐다. 이화공영은 2007년 7월 말까지 2600원대에 머물렀다.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고공행진을 시작, 대선 직전인 12월7일엔 6만7300원까지 치솟았다. ‘대운하 수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테마주 양산 가능성
18대 대선에서 정책테마주가 3일 천하에 그치고 있는 것은 혼전 상황인 대선정국이 첫 번째 이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안 후보가 접전을 벌이면서 세 명과 관련된 테마주는 지지율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누가 될지 모르다 보니 특정 후보가 공약을 발표해도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대형 개발 공약이 실종된 것도 정책테마주를 단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 명이 내놓은 공약은 ‘교육개혁을 하겠다’ ‘일자리를 만들겠다’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업체가 수혜를 받을지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대선 직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별 관련 없는 종목이 테마주에 편입돼 주가가 요동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예를 들어 사람인에이치알의 경우 ‘사람인’이라는 취업포털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일자리 수혜주로 꼽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한 증시 전문가관계자는 “대선이 가까워져도 장수하는 정책테마주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정책테마주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정책과 기업의 수혜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