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3인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풍수와 관련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2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제작한 이 드라마는 국운이 쇠한 고려 말 권력의 주변에 있던 풍수사들이 난세의 영웅인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부 시청자들 사이에 핫이슈로 떠오른 아리송한 단어가 자미원국(紫微垣局)이다. 고려 왕조의 사직을 보전하고 왕실의 무궁한 안녕을 가져다 줄 최고의 명당으로 그려진다. 그것을 찾아내 주인이 되면 누구든지 최고의 권력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실체는 무엇일까.

동양의 천문학은 천상의 세계도 인간세계와 비슷하다고 믿는다. 임금과 관리, 백성이 사는 세 구획 즉 삼원(三垣)이 있고, 그들은 거대한 담인 원(垣)에 에워싸여 있다고 한다. 북극성을 상제라 생각하고 그 주변을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이란 뜻에서 자미원이라 부른다. 상제의 명을 받들고 집행하는 관리가 거처하는 관청을 태미원(太微垣), 백성이 모여 사는 마을을 천시원(天市垣)이라 부른다. 풍수에서 말하는 자미원국은 명당 중에서 북서방 즉 해방(亥方)에 큰 산이 우뚝 선 곳을 가리킨다.

오래 전에 작고한 풍수사 S씨는 자미원에 관한 명당 얘기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그는 충청도 내포 일대에 자미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천하제일의 명당으로 세계 인구가 72억명이 되는 무렵에 통일된 세계를 다스릴 제왕이 이 혈의 발복으로 등극한다. 터럭만큼만 혈처를 잘못 잡아도 벼락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오래 전에 그 터를 찾아 표시해 두었고, 천기를 보아 불세출의 영웅을 낼 사람을 만나면 쓰게 한다고 했다. 그의 너스레는 대권을 꿈꾸는 요즘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미원국은 알라딘의 램프와도 같아 손에 넣기만 하면 그 주인이 곧바로 제왕이 될까. 풍수의 발복시스템 특히 묘지를 통한 음택 풍수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명당에 응집된 기(氣)는 그곳에 묘를 쓰고 고인의 유골이 자연의 기와 감응해야 그 음덕이 동기감응론에 의해 후손에게 전해져 영향을 미친다. 공민왕이 고려왕실의 번영을 도모코자 자미원국에 희망을 걸었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물건이 아닌 부모나 조상의 묘지가 되어야 한다.

이성계 역시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명당에 부모를 장사지내야만 ‘대왕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마치 보물을 찾는 것처럼 자미원국이 남발되는 극을 시청하자니 만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