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금융기관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18일 서울 연세대 경영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경영특강’에서 꽤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이날 특강에서 유 사장은 “오랜만에 모교로 돌아오니 젊어진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국내 증권사의 자본력, 인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 경영학과 78학번이다.

100여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은 선배이자 증권사 현직 CEO를 보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러다임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이란 주제로 1시간 반가량 진행된 강의에서 유 사장은 여러 차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이 과거의 틀을 깨고 있다고 강의를 시작했다. “예전엔 글로벌 패권이 영·미 중심의 금융강국과 독일, 일본의 제조업 강국으로 나뉘었다면 지금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제조와 금융 모두를 아우르려 하고 있습니다.” 유 사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2005년 말 총자산 순위 21위이던 중국공상은행이 작년 말 5위로 급부상했다는 것을 들었다.

유 사장은 “일본 금융기관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라가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고, 미쓰비시가 모건스탠리와 제휴 관계를 맺는 등 일본 증권사의 해외 수익 비중이 2010년엔 53%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중국처럼 제조업과 함께 금융 및 서비스 산업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싸이가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평정했듯이 한국의 금융 산업도 지금이라도 착실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매물이 나오면 외국계만 자문사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에도 기회를 줘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