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대의 오토바이를 기차보다 더 큰 소음을 내도록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 소유주와 정비업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폭주족수사팀은 고가의 수입산 오토바이 등을 개조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심모씨(44) 등 정비업자 3명과 대학교수 이모씨(49) 등 오토바이 소유주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심씨 등 정비업자 3명은 2007년부터 서울 쌍림동과 장안동 등에서 오토바이 판매·정비업소를 운영하면서 정품 머플러와 핸들 대신 속칭 ‘파이프머플러’와 ‘만세 핸들’ 등을 각각 100만~150만원을 받고 교체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 오토바이 소유주 42명은 고가의 외제 오토바이나 수제 오토바이에 심씨에게서 사들인 머플러 등을 장착해 불법 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프 머플러는 일반 머플러와 달리 내부에 배기가스 배출을 차단하는 촉매와 소음을 줄이는 격벽이 없는 통파이프로 돼 있다.

이 머플러를 오토바이에 부착하면 큰 소음을 내는 동시에 유해가스가 걸러지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오토바이의 경우 80~90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반면 파이프머플러를 단 오토바이에서는 140데시벨의 소음이 발생했다”며 “기차가 최대 속력으로 달릴 때 내는 120데시벨보다도 더 큰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손잡이가 높이 달린 ‘만세 핸들’ 역시 곡선 차로나 자갈길 등을 지날 때 균형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커 단속 대상이라고 경찰은 덧붙였다.

오토바이 소유주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구조변경을 한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주고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건된 오토바이 소유주는 대다수가 회사원, 자영업자 등이었으며 현직 대학교수와 교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압수한 오토바이 20대의 시중 판매가격은 보통 대당 3000만~4000만원가량이었으나 6200만원 상당 오토바이도 포함돼 있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