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여억원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77·사진)이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에 도착한 구 회장은 ‘사기성 CP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분식회계와 어음 발행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등 질문이 잇따랐지만 구 회장은 말 없이 고개만 가로저은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LIG건설 CP를 매입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 10여명이 구 회장을 향해 “당장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의 청사 출입을 가로막으면서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윤석열)는 이날 구 회장을 상대로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이 불가피해진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해 2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LIG건설 명의로 242억2000만원어치 CP를 발행한 배경과 구 회장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전날에는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과 차남인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40)을 동시에 불러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했다. 검찰은 LIG그룹 일가가 2006년 LIG건설을 인수하면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을 목적으로 사기성 CP 발행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고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CP 발행 이후에야 LIG건설 법정관리 소식을 들었고, 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 회장을 상대로 전날 구 부회장 등에게 물어본 내용을 재차 물어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 회장 일가가 사기성 CP 발행 과정에 관여했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구 부회장 등의 주장대로 사기 의도가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구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LIG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LIG건설이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한 사실을 숨기고 CP 240여억원어치를 발행한 것은 불법’이라며 구 회장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