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주가 급등락과 관련된 조회공시 손질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투자자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 실적 분석 및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이를 두고 '말바꾸기' 아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그동안 조회공시 답변이 '공시사항'에 한정된 것이라는 명확한 문구를 사용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며 "기업 내부요인에 대한 부분을 명시하면서 오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 답변 중 70% 이상이 '중요 사항 없음'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개선안은 주가 변동의 이유를 정확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말바꾸기'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선안은 기존에 두루뭉술한 답변을 제한적인 답변으로 바꾸는 일종의 말바꾸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개선안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황변동 조회공시 답변 중 대부분이 '중요 사항 없음'으로 나오는 실정인데 일부 용어만 변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0~2011년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264건(37.39%), 코스닥시장에서 442건(62.61%) 총 706건의 조회공시 요구 중 '중요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70.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조회공시 관련 인정(확정 또는 진행 중) 답변은 29.2%로 매우 낮았다.

이번 개선안에 따라 오는 22일부터 상장기업들은 시황변동과 관련된 조회공시 답변을 할 때 시황변동이 공시대상 정보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를 명시해야 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중요 사항 없음"이라는 답변 대신 "공시규정상 중요 공시대상이 없음"이라고 밝혀야 하는 것이다.

공시규정상 중요 공시 대상이라는 것은 증자,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으로 기업 내부요인이다. 반면 루머, 테마주 등으로 기업이 결정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것은 외부 요인으로 간주돼 조회공시 답변 사항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싸이 효과'로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연출했던 디아이 역시 16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현저한 주가 변동 사유 없다"고 공시했다. 디아이는 싸이(박재상)의 아버지가 최대주주로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1일부터 304%가량 급등했다.

다만 현행 공시규정 상 기업에 외부요인까지 조회공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관련 조회공시 개선안은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등락이 기업 내부 요인하고 관계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조회공시 답변이 주가 급등락의 이유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른 사후적인 제도들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