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와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미얀마는 앞으로 한국 기업들에 신천지가 될 것입니다.”

정부 관료나 대기업 경영자들에게 사업 브로커 정도로 취급받던 정시우 BKB 회장(55ㆍ사진)이 홈런을 쳤다. BKB는 최근 서부발전·현대건설·하나대투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 미얀마 정부가 발주한 7000억원 규모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미얀마 정부의 첫 대형 민자사업을 따낸 것이다.

그가 이런 대형 사업을 엮어낸 비결은 ‘글로벌 인맥’이다. 인맥구축 비결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주위에서 들려주는 대표적인 방법은 현지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초청해 경제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에게 최첨단 건강검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건강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정 회장이 치료 비용을 부담하고 병문안을 가면서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는 게 주위 설명이다.

정 회장의 해외 사업은 우연한 계기로 몽골을 방문한 1997년 말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봄 50일간 몽골 장기 여행을 결심했다. 정 회장은 “러시아제 대형 헬기에 지프를 싣고 몽골의 21개 주(아이막)를 모두 돌았다”며 “군복을 입고 헬기에서 내리자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주지사들이 반갑게 맞아줬다”고 말했다. 여행 경비로 쓴 돈만 수십억원. 정 회장이 그 시절부터 사귄 사람들은 몽골의 고위 관료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돼 사업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정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벨로퍼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몽골의 1000㎿ 규모 타반톨고이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등이 내년 초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해외 사업들 중에서도 미얀마 지역의 SOC 프로젝트들은 그에게 각별하다. 앞으로 해외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해 줄 주요 실적이 될 수 있어서다.

정 회장은 “최근 개방 속도를 높이고 있는 미얀마 시장을 선점할 경우 한국에 ‘제2의 중동 붐’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 미얀마에서 발전소 추가 건설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등을 제안받았다”며 “미얀마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