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비제의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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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프랑스 문화의 지향점은 귀족문화 이상의 궁정문화다. 유럽 최강의 군주였던 프랑스 국왕의 사치를 꿈꾸는 것이다. 프랑스 요리가 비싼 것은 왕실 스타일이기 때문이고, 프랑스 앤티크 가구라면 당연히 베르사유 디자인이어야 한다.
1875년 3월 비제의 ‘카르멘’이 초연되었을 때 무대로 쏟아져 나온 퇴폐적인 담배 공장 여공들에 대해 “지옥에서 온 여자들이여, 저주 받아라!”고 한 평론가가 독설을 퍼부은 것은 그토록 고급을 지향하던 프랑스 문화와는 정반대의 밑바닥 세계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은 상황이 역전되어 프랑스 오페라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팜 파탈을 매력적인 존재로 바라본 프랑스 사람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남자를 파멸시키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파멸하는 비극적 존재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국적 매력이 듬뿍 담긴 음악의 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