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2009년 85세 생일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벌였다. 미 육군 전문요원과 함께 낙하산을 메고 3200m 상공에서 뛰어내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부시는 자신의 별장이 있는 메인주 케네벙크포트 교회 부근에 안착한 후 이렇게 말했다. “굉장한 날이었다. 90세에 다시 한 번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

타이거 우즈도 ‘골프황제’로 한창 주가가 치솟던 2006년 31세 생일에 호화 파티나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와의 여행 대신 스카이다이빙을 택했다. 샌디에이고 인근 산악지대에서 경비행기로 지상 3000m까지 올라간 다음 ‘솔로 점프’를 하며 생일을 자축했다. 맨 몸으로 하늘을 난다는 건 ‘주체할 수 없는 희열과 짜릿함’을 준다고 한다. 스카이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같은 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낙하산을 발명한 이는 루이 세바스티앙 레노르망이란 프랑스인으로 전해진다. 양손에 우산을 하나씩 들고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1789년 ‘파라슈트’라는 낙하산을 만들었다. 1797년에는 앙드레 자크 가르느랭이란 프랑스인이 파리 몽소 공원에서 기구를 타고 900여m 상공까지 올라간 후 직경 7m쯤 되는 우산모양 낙하산에 의지해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엔 낙하산 대신 특수한 옷을 입고 점프하기도 한다. 개리 코너리라는 영국 스턴트맨은 지난 5월 2.7㎏짜리 날개옷을 입고 732m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오스트리아의 극한스포츠 선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성층권에서 음속벽을 돌파하며 스카이다이빙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 뉴멕시코주 동부에서 헬륨기구에 매달린 캡슐을 타고 39㎞ 상공까지 올라간 후 최고시속 1344㎞로 하강하다 1500m 지점에서 낙하산을 펼쳐 무사히 착륙했다고 한다. 1960년 미국인 조 키틴저가 31㎞ 높이에서 시속 988㎞ 낙하했던 기록을 간단하게 뛰어넘은 것이다.

바움가르트너는 극도로 낮은 기온과 저기압, 산소 부족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첨단 보호복을 입었다. 자유낙하 신기록 작성과 함께 우주복 개발, 음속 돌파 시 인간 몸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여행 대중화나 이·착륙 가능한 개인용 비행장비 실용화 등에 대한 준비 작업일 수도 있겠다. 다만 새로운 도전이야 얼마든지 좋지만 과욕과 오만은 경계해야 한다. 바움가르트너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지 않은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세상이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세상 꼭대기에 서서 나는 인간이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