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상장 이후 얼어붙었던 미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주말까지 2주 동안 모두 15개 회사가 IPO를 실시했다.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이뤄진 IPO 건수 30건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다. 특히 지난주에만 9개 회사가 상장해 IPO 시장은 지난 3월 말 이후 가장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공모주들의 주가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 주당 28달러로 상장한 인력자원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는 거래 첫날 74% 급등해 주당 48.69달러에 장을 마쳤다.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기업인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80억달러로 평가됐다. 부동산중개업체 센추리21 등을 거느린 리얼로지홀딩스도 주가가 공모가(주당 27달러)에 비해 24.4% 오른 33.60달러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5월 이후 IPO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24% 올랐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페이스북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단 한 건의 IPO도 실시되지 않았을 정도로 페이스북은 시장에 악영항을 끼쳤다. 페이스북 주가는 공모가 38달러에서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19.51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 TD아메리테이드가 실시한 설문에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페이스북 IPO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투자자들의 3%만 “그렇다”고 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실패 이후 웬만한 기업들은 IPO에 나서는 것을 꺼리면서 실제 IPO를 실시하는 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모가 선정도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업체들이 SNS업체들을 대체하고 있는 것도 IPO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시장 조사업체인 프리브코의 샘 하마데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IPO 시장의 대세는 단연 클라우드컴퓨팅”이라며 “워크데이, 디맨드웨어, 스플렁크, 서비스나우, 가이드와이어 등 관련 회사들이 최근 IPO 시장에서 기대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