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언어 습관도 판이하다. 매사에 신중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가끔 단어를 잘못 말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발음이 새는 경우가 나타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영어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수원 영화동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를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로 잘못 말하는 실수를 했다. 같은 날 인천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전화위기”라고 했다가 “전화위복”으로 고쳐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인혁당 사건을 “민혁당 사건”이라고 읽어 논란이 됐다.

문 후보는 이가 안 좋아 때로 발음이 부정확하다. 문 후보는 자신의 저서 ‘운명’에 “참여정부 시절 과로로 인해 이와 잇몸이 상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인공치아인 임플란트를 10개나 해 넣었다. 이 때문에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11일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망원시장에서 1호 정책을 발표하고…”라고 말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강원시당에서 1호 정책을 발표하고…”로 잘못 듣는 일도 있었다.

안 후보는 “한국말로 생각이 안 나서…”라며 대신 영어로 말할 때가 많다. 안 후보는 10일 천안 봉황리 오이 농가를 둘러본 뒤 “이런 베스트 프랙티스들이 농촌 환경에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는 모범사례를 뜻한다. 안 후보는 같은 날 대전 KAIST 강연에서 엑스레이크리스털그래피(단백질 구조를 사진으로 보는 기술),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개별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것) 같은 전문용어는 물론 recipe(요리법) supply chain(공급망) summary(요약) moderator(조정자) chasm(간극) low hanging fruit(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 등의 영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허란/도병욱/이현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