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먼 바다 한 가운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도 빌딩도 아무 것도 없이 고요한 곳. 하지만 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니 그곳도 인간의 힘으론 갈 수 없는 이상향 같은 데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방파제 끝’을 노래했나봅니다. 치열했던 어물전도 어둑해지고 ‘소금기 질척한 골목’ 같은 삶의 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환한 그 끝’.

바다로 나갈 수는 없지만, 육지의 끝에라도 서면 ‘마음 더 챙기지 않고’ 내려 놓는 법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환한 그 끝에 가서 먼 바다 눈에 담고, 안에 있는 온갖 것 비우고 와야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가벼워져서 꿈에선 바다로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