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권사들이 주가 예측시 범하는 '6대 악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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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성 예측 관행 최대 악습…시장흐름 좇는 경향도 문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바야흐로 예측 시즌이다. 전망기관들의 내년 경기예측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다음달에는 대부분 국내 증권회사들의 증시 포럼이 예정돼 있다. 예측의 가장 큰 목적은 경제주체들의 안내판 역할과 시장 안정 기능이다. 특히 주가 예측은 그렇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보는 눈은 곱지 않다.
첫째,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한 점을 지적한다. 다른 금융변수와 마찬가지로 주가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의 목적인 시장 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시장흐름을 좇아 사후적 또는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둘째, 주가 예측을 그렇게 쉽게 자주 수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올해도 직전의 예측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운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한국 증권사 내부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나 모델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반문한다.
셋째, 성장률과 같은 실물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 주가는 다른 변수와 달리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투자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세 예측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넷째, 군집성 주가예측 관행도 한국 증시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보고 있다. 군집성 주가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주가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예측관행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군집성 예측관행은 주가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은 10개가 넘지만, 대부분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의 상하 0.5% 범위 안에 몰려 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 성장률을 내놓는 기관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밖에 없다”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지적해 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여섯째, 주가 예측에 대한 결과 중시형 평가도 한국 증시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꼽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의 속성상 이런 평가는 십분 이해되지만, 주가가 상승할 때 낙관론자만이 일방적으로 평가받고, 비관론자들은 시장에서 쉽게 퇴출당하는 풍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이론적으로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신경망 등이 자주 활용된다. 특히 경영계획과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마코브-스위치 모델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 있어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장기선행지수는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경고하고, 다음으로 단기선행지수는 이 신호를 확인하며 그 다음으로 동행지수가 내려간다. 경기회복기에도 같은 순서대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볼 때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에, 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 변동을 예고한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 경제사이클연구소인 에크리(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착공 건수와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 신규주문 건수와 주간평균 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물가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가장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도 주가에 가장 빨리 반영하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발표한 각종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가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에 주가에 반영된다. 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유가가 코스피지수보다 약 9~10개월 선행하고, 그 정도가 의외로 높게 나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같은 지표라도 국내 지표보다 미국 지표가 국내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 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출하비율 등을 들 수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미국의 고용지표도 이 부류에 속한다. 특히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주가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장 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으로 주가 예측은 사후적보다 선제적으로, 지수 수준보다 추세 전환으로, 인기 영합적 군집형 예측보다 소신 있는 다원적 예측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국내 증권사들의 고질적인 ‘6대 악습’을 개선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첫째,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한 점을 지적한다. 다른 금융변수와 마찬가지로 주가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의 목적인 시장 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시장흐름을 좇아 사후적 또는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둘째, 주가 예측을 그렇게 쉽게 자주 수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올해도 직전의 예측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운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한국 증권사 내부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나 모델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반문한다.
셋째, 성장률과 같은 실물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 주가는 다른 변수와 달리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투자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세 예측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넷째, 군집성 주가예측 관행도 한국 증시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보고 있다. 군집성 주가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주가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예측관행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군집성 예측관행은 주가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은 10개가 넘지만, 대부분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의 상하 0.5% 범위 안에 몰려 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 성장률을 내놓는 기관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밖에 없다”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지적해 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여섯째, 주가 예측에 대한 결과 중시형 평가도 한국 증시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꼽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의 속성상 이런 평가는 십분 이해되지만, 주가가 상승할 때 낙관론자만이 일방적으로 평가받고, 비관론자들은 시장에서 쉽게 퇴출당하는 풍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이론적으로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신경망 등이 자주 활용된다. 특히 경영계획과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마코브-스위치 모델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 있어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장기선행지수는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경고하고, 다음으로 단기선행지수는 이 신호를 확인하며 그 다음으로 동행지수가 내려간다. 경기회복기에도 같은 순서대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볼 때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에, 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 변동을 예고한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 경제사이클연구소인 에크리(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착공 건수와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 신규주문 건수와 주간평균 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물가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가장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도 주가에 가장 빨리 반영하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발표한 각종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가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에 주가에 반영된다. 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유가가 코스피지수보다 약 9~10개월 선행하고, 그 정도가 의외로 높게 나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같은 지표라도 국내 지표보다 미국 지표가 국내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 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출하비율 등을 들 수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미국의 고용지표도 이 부류에 속한다. 특히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주가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장 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으로 주가 예측은 사후적보다 선제적으로, 지수 수준보다 추세 전환으로, 인기 영합적 군집형 예측보다 소신 있는 다원적 예측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국내 증권사들의 고질적인 ‘6대 악습’을 개선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