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역주행(반대방향)으로 운전하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운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거나 똑바로 가는 차와 부딪쳐 사고를 내게 된다. 경제에서도 경제현상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면 경제활동에 많은 손실과 차질을 가져오게 되거나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지금 정치권에서 부르짖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금융정책은 한국의 경제를 망치거나 뒤틀리게 할 역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유럽의 경제위기는 세계경제를 심각하게 뒤흔들고 있다. 중국경제마저도 급속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한국도 수출 감소와 해외수주 위축에 직면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석유가격이 계속 오르고 최근에는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많은 나라가 공산품을 비롯한 일반제품과 서비스의 수요부족(디플레이션 현상), 높은 실업에 직면한 가운데 기초생활비 상승을 겪는 구조적 불안에 휘말려 있다.
국내 경제사정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가계의 빚이 900조원을 넘었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2%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아파트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자만 계속 물어야 하는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깡통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불경기로 인해 이자를 내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빚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언젠가는 허리 펼 날이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파산과 파탄을 피할 수 없게 된 가계가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 세계경제 침체와 부동산가격 하락 및 거래실종 등으로 기업과 가계가 심각한 불경기와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정치권은 기업을 멍들게 하는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고 한국은행은 1%에 불과한 낮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율을 장기간 방치해 가계금융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현상에 역행하는 정책이 기업과 가계를 위기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란 “주권이 국민에게 속하며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주의”라고 정의돼 있고, 민주화란 “민주주의적으로 되어 가거나 그렇게 되게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구성, 정부의 기능, 국민을 위한 정치 등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경제에 적용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가령 기업을 민주화한다 하면 자본주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고 경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되고 시장을 민주화하면 시장기능이 마비되고 사회주의가 돼 버린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1인1표로 모든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경영이 불가능하게 됨은 물론 사유재산제도 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를 비롯해 경제에 대한 어떤 경우에서도 민주주의나 민주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아니 쓰면 안 된다.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엉터리 표현이기 때문이다. 왜곡된 용어를 함부로 쓰면 경제활동을 왜곡시키고 경제현상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됨은 물론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이 이런 용어를 쓸 처지가 더욱 아니다.

한국의 헌법 119조 2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민주화를 위한 것은 공정거래, 세금, 이전소득, 복지, 지원 및 보조, 금융, 각종 감독 등에 대한 정책의 실현을 말한다. 헌법 초안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이 활성화돼 있지 못해 민주라는 표현을 우발적으로 부정확하게 삽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를 확립하면 헌법에 표현돼 있는 구절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진정 국민과 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경제학자는 이 용어를 입에 담지 않는다. 이 말을 함부로 쓴 사람들은 두고두고 역사의 엄정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