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일을 맞은 11일 코스피지수가 0.78% 하락하며 1933.78까지 밀렸다. 증시가 나흘째 내리막길인 것은 미국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IT주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옵션 만기로 인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고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예상된 조치’였던 만큼 증시엔 별다른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글로벌 IT주 동반 약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58% 떨어진 13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사흘째 약세를 보인 것은 전날 뉴욕증시에서 시스코시스템스(-2.61%) HP(-1.32%) IBM(-1.04%) 마이크로소프트(-1.02%) 등 주요 IT기업들이 3분기 실적 악화 예상에 동반 약세를 보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아 전날 외국인이 21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뒤 이틀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날 전기·전자업종지수는 1.26%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보다 하락폭이 컸다. 삼성전기(-0.99%) 삼성SDI(-0.66%) SK하이닉스(-0.43%) LG전자(-0.59%) 등 전기전자 업종 주요 종목 가운데 하락 종목이 많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 요인이 부각된 반면 4분기 기업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아직 약한 상태”라며 “각종 정책효과가 나타나기 직전의 공백기 상태인 만큼 IT주가 4분기까지 답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옵션 만기 충격, 예상보다 약해

이날 옵션 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과 외국인, 기관의 동반 순매도도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옵션 만기를 맞아 국가지자체가 프로그램을 통해 2950억원가량 ‘팔자’ 우위를 기록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국가지자체의 매수차익 잔액이 최대 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차익순매도 물량은 3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가지자체의 차익 매물이 분산돼 나오면서 지수 하락 압력이 완화됐다”며 “종가충격도 예상보다 약한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에서 2200억원, 비차익거래에서 1354억원 매도 우위로 3554억원 ‘팔자’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2005억원 순매도하고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이 342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인 점도 부담을 키웠다. 반면 개인은 5429억원 순매수로 물량을 받아냈다.

○기준금리 인하 ‘약발’ 없어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는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못 줬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유동성 유입 기대감 때문에 주식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향이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 국가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어 한국도 발을 맞춘 것일 뿐”이라며 “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인 증권주는 오히려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증권업종지수는 3.46포인트(0.20%) 하락한 1762.56에 마쳤다.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떨어졌다. 건설주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수혜 종목들이 오르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