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나 겨울철에는 전력 수급위기가 반복된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 전날 이뤄지는 일별 초단기예측에서도 큰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통상 5년 후의 수요를 보는 장기예측에서 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설령 정확한 예측을 했더라도 발전소 건설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공급측면에만 매달리다 보면 수급위기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된다.

그러나 수요 측에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력수요는 순식간에 수백만㎾가 증가해 위기를 초래하는가 하면, 반면에 순식간에 그만큼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위기는 수요관리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요관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요금이다. 피크가 발생하는 짧은 몇 시간만 요금이 10% 상승해도 215만㎾를 줄일 수 있다. 이 규모는 올여름에 전 국민이 참여해 줄일 수 있는 250만㎾에 육박한다.

따라서 전기요금도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8월에 바뀐 요금도 계절별, 사용시간대별로 요금 차등 폭이 더 높아졌다. 평소에는 요금이 매우 저렴하나 피크 때는 몇 배 더 비싸지는 선택형 피크요금도 올겨울이면 선보일 것이다. 주택용에도 말 많은 누진제를 대신해 선택형으로 시간대별 차등요금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듯 향후 요금은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전망이다.

현장에서도 이미 고객들은 전기요금 변화에 민감해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의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는 생산라인별로 전력절감장치를 설치해 경영진이 직접 전기요금을 챙기고 있었다.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관리가 강화된다면, 수급위기 때 전 국민을 상대로 전기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다. 다양한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고객은 이를 통해 요금을 절약함으로써 수급안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절약이 곧 전력 수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김동현 <한전 안성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