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요 측에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력수요는 순식간에 수백만㎾가 증가해 위기를 초래하는가 하면, 반면에 순식간에 그만큼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위기는 수요관리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요관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요금이다. 피크가 발생하는 짧은 몇 시간만 요금이 10% 상승해도 215만㎾를 줄일 수 있다. 이 규모는 올여름에 전 국민이 참여해 줄일 수 있는 250만㎾에 육박한다.
따라서 전기요금도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8월에 바뀐 요금도 계절별, 사용시간대별로 요금 차등 폭이 더 높아졌다. 평소에는 요금이 매우 저렴하나 피크 때는 몇 배 더 비싸지는 선택형 피크요금도 올겨울이면 선보일 것이다. 주택용에도 말 많은 누진제를 대신해 선택형으로 시간대별 차등요금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듯 향후 요금은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전망이다.
현장에서도 이미 고객들은 전기요금 변화에 민감해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의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는 생산라인별로 전력절감장치를 설치해 경영진이 직접 전기요금을 챙기고 있었다.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관리가 강화된다면, 수급위기 때 전 국민을 상대로 전기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다. 다양한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고객은 이를 통해 요금을 절약함으로써 수급안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절약이 곧 전력 수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김동현 <한전 안성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