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자기 전문업체 젠한국(회장 김성수)의 수출 전진기지인 인도네시아 공장. 단일 도자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은 최근 연구소와 쇼룸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제품 개발을 주도할 연구·개발(R&D) 공간을 대폭 넓힌 것이다. 다른 나라 도자기 기업들이 연구소는 물론 생산라인을 속속 축소하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는 추세와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어렵다는 유럽과 미국에서 계속해서 일감이 몰려들고 있다”며 “고객들이 서로 먼저 공급해달라고 아우성 쳐 제품 개발 속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적인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젠한국이 대대적인 확장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 회사 도자기는 미국 레녹스, 미카사, 영국 막스앤스펜서, 로열덜튼, 웨지우드, 독일 빌레로이앤보흐, 스칸디나비아 이딸라, 일본 노리다케 등 내로라하는 도자기 브랜드로 전 세계 30여개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 41%, 유럽 31% 정도이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생산하는 도자기 10점 가운데 7점이 글로벌 경기 우려의 진앙지인 미국과 유럽으로 팔리는 셈이다.

덕분에 수출액은 2년마다 1000억달러씩 불어나고 있다. 2003년 1200만달러였던 수출액은 2007년 2000만달러, 2009년 30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예상 수출액은 4500만달러인데 내년에는 처음으로 5000만달러 고지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속 성장의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는 고품질 일괄공정이다. 45년 축적된 기술력으로 친환경 원료 배합에서부터 내화물 생산, 전사지 및 포장에 이르는 도자기 생산 모든 공정을 외주 없이 스스로 해결한다. 둘째는 스피드다. 수주에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1개월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경쟁사들보다 5배 이상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고품질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며 “갑작스럽게 생산 요청이 들어와도 납기를 맞출 수 있어 해외 바이어들이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R&D 투자가 그 다음이다. 매해 연간 매출의 15%를 R&D에 할당, 첨단 설비와 인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친환경 경영도 경쟁력이다. 모든 제품을 한국,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조달한 세계 최상급의 정제된 천연원료로 생산하는 것을 고집한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로하스 인정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사용의 제한을 규정한 미국 ‘캘리포니아 법령 65’도 통과했다. 이 규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도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도자기 신기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토털 리빙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