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31배' 최고고도지구, 시의회-서울시 '규제완화' 갈등
서울 시내 최고고도지구 규제 완화를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재개발 등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면 건축물의 층수와 높이를 제한하는 최고고도지구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와 “경관 보호를 위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일률적인 완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최고고도지구 완화를 둘러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0일 ‘서울시의회 최고고도지구 합리적 개선특위 구성 결의안’을 발의했다. 재적의원(114명)의 40%가 넘는 49명의 시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정중 의원(민주통합당·강북2)은 “최고고도지구에 30여년간 높이 제한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개발이 제한돼 왔다”며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완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기에 결의안이 상정되면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며 “늦어도 연말까지 특위를 구성, 내년 상반기에 종합적인 규제완화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시의회가 앞장서 최고고도지구 규제 완화에 나선 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주변 지역은 1990년 지정 이후 5층 이상 20m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남산 주변 지역은 해발 고도 등에 따라 건축물 높이가 3층 12m~7층 28m 이하로 제한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시에 층수 및 높이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이 낙후돼 재개발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필요한 데도 높이 제한으로 인해 사업성이 오랫동안 지체되고 있다는 게 지역 주민들과 시의회의 주장이다.

최고고도지구와 인접한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택 층수와 높이가 크게 차이나면서 고도지구에 속한 주민들은 재산상 피해를 입는다고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는 “규제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그동안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주요 산의 환경과 경관 보호를 위해선 높이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시는 지난해 발주한 ‘고도지구 합리적 관리방안’ 용역 결과가 내년 2월께 나오는 대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시는 지난 5월 최고고도지구 규제완화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뉴타운 출구전략에 밀려 일정이 늦어졌다. 박원순 시장도 “경관 조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이 같은 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주민 피해가 심한 곳 위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 된다”며 “이번엔 반드시 최고고도지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시의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최고고도지구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규제하는 도시계획상의 용도지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37조 등에 근거, 환경과 경관을 보호하고 과밀을 억제하기 위해 시·도가 설정한다. 서울에는 김포공항·남산·북한산 주변 등 총 10곳, 약 8963만㎡(여의도 면적의 31배)가 지정돼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