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970과 2020선 사이의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9일 오전 10시 55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6.84포인트(0.35%) 상승한 1988.73을 기록 중이다.

시장은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의 상시적인 방화벽이 될 유럽안정화기구(ESM)이 정식 출범했음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실제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8일) 유럽 증시는 전반적인 조정세를 보이는 등 ESM 출범의 영향력이 '중립적'인 모습이다"라며 "이미 대부분 알고 있던 부분을 확인하는 차원이었고 여전히 스페인 구제금융신청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SM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구제금융 대상국들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14년까지 목표 재원 규모는 5000억유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같은 날 ESM에 최고신용등급인 'Aaa' 등급을 부여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ESM 내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Aaa 등급 회원국 중 한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SM 출범은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정도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식 출범은 했지만 실제 제 역할을 하려면 스페인의 구제금융신청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위기국에 대한 즉각적인 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스페인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짖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ESM이 실제로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10월 중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의 부정적인 발언 등으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스페인은 이미 은행 부문의 자본재편을 위한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로존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1차적으로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투자자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고 특히 유럽 이슈에 따라 영향을 받아온 외국인 수급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이후에는 중국 쪽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의 시선이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