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오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6.9배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평균 PER이 8.8배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불확실한 경기상황에다 중국 등 신흥국가에서의 높은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오리온과 같은 PER이 높은 필수소비재 종목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한창이다.

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 예상 실적 기준 PER은 35.8배에 이른다. 아모레G 코스맥스 에이블씨엔씨 등도 PER이 20배를 넘는다. 음식료 중에서는 매일유업(19.3배) 롯데칠성(19.6배) 빙그레(17.0배) 등의 PER이 높게 나타났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중산층들이 소비를 확대하면서 수혜를 받고 있는 종목들”이라고 말했다.

PER이 높기는 해외 필수소비재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이 중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가 비싸게 평가받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왕왕식품과 차이나푸드는 PER이 각각 32.4배와 25.3배에 달한다.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는 스타벅스는 27.5배, 중국 기저귀 시장에 진출한 일본 유니참은 25.6배에 이른다. 중국 커피시장 1위인 네슬레는 17.9배 수준이다.

최근 들어 필수소비재가 너무 비싸졌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알란 추아 플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글로벌주식그룹 부사장은 “중국 내수시장과 연관된 필수소비재 업종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너무 올랐다”며 “지금은 필수소비재 업종 비중을 줄여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해 경기방어주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충분히 주가가 올라 투자매력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수소비재가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던 예전과 달리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성을 높이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리온 같은 경우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앞으로 몇 년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 주가 수준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