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CEO에게 들어보니 "경제민주화로 경쟁력 약화·성장 위축"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 이상은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 도입, 순환출자 금지 등 지배구조 개혁 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8일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주요 계열사 72곳의 CEO를 대상으로 경영 환경 및 경기 전망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경제민주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51.4%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대혼란을 가져와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답변도 13.9%나 됐다.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응답은 22.2%였다.

경제민주화 주장이 확산되는 이유로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선동’(45.8%)과 ‘소득 등 심화된 양극화’(44.4%)가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정책과 공약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있으나 정치권 주장만큼은 아님’(63.9%)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도 33.3%에 달했다. 문제가 많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공약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 도입’(36.1%)을 꼽았다. 다음은 순환출자 금지 등 지배구조 개혁(32.0%), 일감 몰아주기 규제(8.3%) 순이었다.

현재 경기에 대해서는 48.6%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만큼은 아니지만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등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응답도 16.7%였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등 글로벌 경기 불안’이 가장 많은 73.6%를 차지했다. 연말 대선 이후 경영 환경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세계 경기 흐름에 좌우될 것’(70.8%)으로 내다봤다.

차기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으로는 압도적으로 많은 76.3%가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장기 성장 토대 마련을 꼽았다. 양극화 해소는 16.7%였으며 복지 등 재분배는 1.4%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한 CEO는 “경영 상황은 대선 등 정치 리스크보다 글로벌 경기에 좌우되겠지만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갈등 해소와 성장의 조화가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