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를 규제하기 위해 관련 전문 회사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적을 감시하기 위해 적과 손을 잡는 셈이다.

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EC가 올해 말 도입할 초단타매매 감시 프로그램 ‘미다스’는 트레이드웍스란 초단타매매 전문 회사가 설계했다. 이 회사는 이달 안에 SEC에 전문가를 파견, 담당자에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SEC가 전문 회사의 기술력을 이용하기로 한 것은 초단타매매 거래자들의 최신 기법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SEC의 기술력이 프로 트레이더들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 회사가 쓰는 기술이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이다.

마노즈 나랑 트레이드웍스 최고경영자(CEO)는 “초단타매매를 감시할만한 기술력을 갖춘 곳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뿐”이라며 “SEC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단타매매는 고성능 컴퓨터와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1초에 수백건의 주문을 내는 거래 방식이다.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압박을 받아왔다.

트레이드웍스가 제공할 프로그램은 SEC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것으로, 개별 주식 거래 패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집된 정보는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트레이드웍스는 SEC가 이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반면 SEC가 초단타매매 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편향된 정보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초단타매매 회사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로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