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독립성과 서열화 타파를 위해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제한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취임 후 대법관 6자리(사퇴한 김병화 후보자 포함)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행사해온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번주중 공석인 1자리에 대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주목된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간 ‘민주’ 가을호에 기고한 ‘우리는 어떤 법원과 법관을 원하는가’라는 글에서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가지는 대법원장에 대해 대법관이 얼마나 대등하고 독립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합의부 법원인 대법원은 구성원(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사이 대등성과 독립성이 본질”이라며 “합의부 구성원인 대법관의 임명제청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건 비합리적이며, 법원의 서열화·관료화가 촉진되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대안으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도 생각해 봄직하지만, 어렵다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모두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관은 대법원의 대법관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복수의 인물 중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임명제청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송 교수는 또 “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지명권까지 행사하는 대법원장의 강력한 인사권도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평생법관제에 대해서는 “종신 재직 공무원이 없는 우리 전통에 비춰볼때 오히려 국민 인권 보장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고문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인선제도의 문제점과 개혁 과제’에서 “최근 대법원장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이 전원 남성에 연령대도 50대 중후반에 집중된 점을 볼때 사회적 다양성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대법원장의 대법관, 헌법재판관 제청·지명권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을 통해 대법원에 수직적 위계질서를 구축, 정치적 통제권을 확보하려한 유신헌법의 잔재”라며 “최근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 사례를 보면 대법관 인사의 연장선에서 지명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므로 민주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