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의 소득을 보전해준다는 취지로 2008년 도입한 ‘생명·손해보험 교차판매’ 제도가 겉돌고 있다. 생·손보사 간 겹치는 상품이 많아진 데다 교차판매 설계사들은 영업에 앞서 별도 비용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 교차판매 설계사는 지난달 말 현재 1만660명이다. 작년 말 1만1310명에 비해 5.7% 감소한 수치다. 생·손보 교차판매 제도를 시행한 첫해 등록인원(2만6410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3% 수준으로 줄었다. 손해보험 교차판매 설계사 역시 2009년 말 8만149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7만5512명이다.

교차판매가 유명무실해진 가장 큰 원인은 생·손보 상품이 유사해지면서 설계사들이 굳이 상대 상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생보사와 손보사는 연금보험과 저축성보험, 실손의료보험 등을 모두 취급하고 있다.

그나마 생보사는 변액연금,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을 독자적으로 팔고 있지만 변액연금의 경우 손보 설계사들은 별도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 만기가 최장 1년에 불과한 자동차보험 역시 수당이 적어 현실적으로 생보 설계사를 유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 보험사들이 교차판매에 나서는 설계사를 대상으로 신원보증 보험료를 내게 하는 것도 제도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설계사들의 수입이 많이 줄었는데도 이를 보전해줄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오히려 과다 사업비 논란 이후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 수당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저축성보험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 설계사들의 생계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보협회가 최근 전국 만 20~64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8.3%가 세제 개편안이 보험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장기 저축성보험에 가입한 뒤 10년 이내에 200만원 이상 중도 인출하면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다.

생보협회 측은 “설계사들의 신계약 보험료 수입 중 80% 이상이 장기 저축성상품 판매에서 나오는데 세제 개편으로 수당이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생·손보협회에 등록한 설계사는 지난 3월 말 기준 37만7000여명이다.

■ 교차판매 제도

생명보험사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손해보험사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 방카슈랑스 도입 등 영업채널 확대로 인해 설계사의 수익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9월 도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