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언제든 무제한 국채매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국채매입 프로그램 발표가 시장의 긴장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드라기 총재는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전제조건이 갖춰지면 언제든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즉각 매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제한 국채매입은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이 긴축 이행을 받아들이고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ECB도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란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은 지원 요청을 결정하지 못한 채 결론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기 총재는 또 스페인의 자구 노력에 대해 “짧은 시간에 눈에 띄는 진전이 이뤄졌다”며 “각국 정부들이 재전건전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 발표는 지난 몇 주간 유럽 재정위기 긴장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 신청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ECB가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드라기 총재는 또 “유로존 경제성장은 얼마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점진적으로만 회복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긴장과 높은 불확실성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