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겸손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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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위 높을수록 쉽지않은 겸손
개인·국가 모두 下心이 최고의 德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
개인·국가 모두 下心이 최고의 德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
“나보다 잘난 사람 또 있을까, 나보다 멋진 사람 또 있을까, 겸손 하나 모자란 것 빼고는 내가 당대 제일이지, 돌아가신 울 아버지 울 어머니 날더러 겸손하라 하셨지만 지금까지 안 되는 건 딱 한 가지 그건 겸손이라네 겸손. 겸손은 힘들어.”
가수 조영남 씨가 1991년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겸손은 힘들어’라는 노래 일부분이다. 내가 여러 사람에게 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찾아봐도 없다. 사실 십여년 전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심리를 이렇게 잘 나타낸 노래일까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 많아짐을 느낀다. 다른 사람 말은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집사람이 자꾸 나더러 말 좀 적게 하라고 한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보니 말이 너무 많단다. 나도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된다.
또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직원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중간에 말을 자르기도 하고. 왜 그럴까? 그간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가 경험했거나 고민했던 것을 직원들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미 나는 다 알고 있다는 태도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자랑이 늘어나 과거에 “어떠어떠한 일을 다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게 된다.
사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해지지 않는 것 같다. 공무원 중에도 ‘무슨 정책, 무슨 조직 내가 다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연 그랬을까? 정책 아이디어는 냈는지 몰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고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또 듣기 거북한 말 중에 “내가 데리고 있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상관으로 일한 적이 있더라도 “같이 근무했다”는 표현이 더 겸손하지 않을까?
하긴 다른 얘기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이 무슨 시대냐, 다 자기 PR시대 아니냐. 그런데 겸손한 것은 자기 손해다. 대학입시나 입사지원서에 자기소개서를 내는데 겸손하게 ‘나는 이것밖에 못한다. 잘하는 것도 별로 없다’라고 하면 되겠느냐”라고. 하긴 그렇기도 하다.
사실 겸손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기본이요, 국가·사회에서도 최고의 덕목이다. 미국 대선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를 하면서 맞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겸양의 미덕을 나타낸 것이다.
국가도 겸손해야 한다.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이제 다른 나라를 도와주게 된 우리나라는 그간 경제발전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그간 소홀했던 분야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고, 다른 나라를 도와줄 때도 겸손한 자세로 두 손으로 주어야 한다.
‘자기를 낮추는 마음(下心)이야말로 최고의 덕’이다. 결코 자기 비하나 비굴함이 아니다. 그러나 노래 제목처럼 정말 어려운 것이니, 겸손 그것이 문제로다.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
가수 조영남 씨가 1991년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겸손은 힘들어’라는 노래 일부분이다. 내가 여러 사람에게 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찾아봐도 없다. 사실 십여년 전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심리를 이렇게 잘 나타낸 노래일까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 많아짐을 느낀다. 다른 사람 말은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집사람이 자꾸 나더러 말 좀 적게 하라고 한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보니 말이 너무 많단다. 나도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된다.
또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직원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중간에 말을 자르기도 하고. 왜 그럴까? 그간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내가 경험했거나 고민했던 것을 직원들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미 나는 다 알고 있다는 태도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자랑이 늘어나 과거에 “어떠어떠한 일을 다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게 된다.
사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해지지 않는 것 같다. 공무원 중에도 ‘무슨 정책, 무슨 조직 내가 다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연 그랬을까? 정책 아이디어는 냈는지 몰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고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또 듣기 거북한 말 중에 “내가 데리고 있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상관으로 일한 적이 있더라도 “같이 근무했다”는 표현이 더 겸손하지 않을까?
하긴 다른 얘기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이 무슨 시대냐, 다 자기 PR시대 아니냐. 그런데 겸손한 것은 자기 손해다. 대학입시나 입사지원서에 자기소개서를 내는데 겸손하게 ‘나는 이것밖에 못한다. 잘하는 것도 별로 없다’라고 하면 되겠느냐”라고. 하긴 그렇기도 하다.
사실 겸손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기본이요, 국가·사회에서도 최고의 덕목이다. 미국 대선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를 하면서 맞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겸양의 미덕을 나타낸 것이다.
국가도 겸손해야 한다.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이제 다른 나라를 도와주게 된 우리나라는 그간 경제발전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그간 소홀했던 분야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고, 다른 나라를 도와줄 때도 겸손한 자세로 두 손으로 주어야 한다.
‘자기를 낮추는 마음(下心)이야말로 최고의 덕’이다. 결코 자기 비하나 비굴함이 아니다. 그러나 노래 제목처럼 정말 어려운 것이니, 겸손 그것이 문제로다.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