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혼다 등 일본 대표 자동차회사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높아진 엔화 가치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으로는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도요타자동차가 주력 준중형 세단인 코롤라의 수출물량을 전량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작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 미시시피 공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량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환율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된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코롤라는 도요타의 해외 판매 주력 차종이다. 연간 수출물량은 20만대 수준이다. 수출용 코롤라를 만들어오던 일본 내 아이치(愛知)현 다카오카(高岡) 공장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차량 생산기지로 전환한다.

도요타는 향후 3년간 21종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수출물량도 올해 100만대에서 3년 후엔 120만대로 늘린다. 도요타는 일본 내에서 대부분 생산하던 고급 차종 렉서스 물량의 일부도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혼다자동차는 미국 수출용 소형차인 피트의 생산거점을 2014년부터 일본에서 멕시코로 옮기기로 했다. 피트의 작년 전체 수출물량은 총 6만7000대. 이 중 미국 시장에서 팔린 차량은 4만대가량이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를 미주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작년에 2만3000대를 수출했던 준중형차량 시빅도 올해 말 일본 내 생산을 종료한다.

혼다는 2007년 이후 해외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출용 차량 가운데 일본 내에서 생산한 물량은 25만대로 4년 전인 2007년(69만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일본 생산물량에서 수출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에서 20%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해외 생산을 늘리는 첫 번째 이유는 엔고(高)다. 달러당 70엔대 후반까지 올라간 엔화 가치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물류비를 줄이고, 현지 고객들의 수요를 신속하게 반영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일본 내수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해외로 나가게 된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