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신세대 직장인의 경력 업그레이드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13개 한국형 MBA의 지난 상반기 신입생 중 91.1%(995명)가 직장 경력을 갖고 있었고 34.3%는 현 직장에서 임직원의 경력 관리를 위해 파견된 경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취직을 목표로 한국형 MBA를 찾는 해외 유학생도 늘어나 상반기에만 25명(56.2% 증가)에 달했다. 주요 대학 MBA 졸업자 8명의 좌담을 통해서 한국형 MBA의 장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MBA가 경력 전환이나 연봉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데 사실인가.

△장희영 한국경제TV 앵커=국내 시사전문 방송 프리랜서를 하다가 MBA 졸업 후 경제전문 방송인으로 직업을 바꿨다. 방송과 MBA가 무슨 관계가 있겠냐고 하지만 MBA를 딴 이후에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어떤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는지 시장조사부터 하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경제칼럼도 쓰고 강의도 나가는 등 경제 전문가로 포지셔닝하게 됐다. MBA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생각이다.

△이정석 코스콤 금융본부=여행정보업체와 화장품회사에서 4년여간 근무하다 경력 전환을 위해 MBA 코스에 참여했다. MBA 과정을 하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관심이 많았는데 코스콤이 적합한 회사여서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지혜 대우증권 관악지점=증권사에 입사한 뒤 5년을 지내는 동안 더 넓은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MBA 과정을 다니게 됐다. 현재도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시야가 더 넓어지고 인적 네트워크가 강해진 점이 다르다. 과거에는 기업의 주가를 분석하면서 기술적 지표를 봤지만 지금은 재무제표를 먼저 보게 된다. 마케팅 수업을 들은 이후 고객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여러 가지로 경력에 도움이 된다.

△박다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대학 졸업 후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식품연구 관련 일을 했으나 중국에 관심이 많아 중국 MBA 과정을 택했다. 중국 분야를 전공하고 연구직에 관심 많았는데 MBA를 통해 아예 직군을 바꾼 케이스가 됐다. 외자기업의 중국진출 사례를 많이 다뤄 중국의 경제나 기업경영뿐 아니라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오인철 알리안츠생명 변액계정운용부 대리=전 직장도 생명보험회사인데 신계약 심사를 담당했다. MBA 졸업 후에는 펀드 운용과 성과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금융·파이낸스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는데 MBA에서 길을 찾았다. 학부 때 전공이 금융과는 무관했지만 MBA에서 재무 회계 선물 옵션 파생상품 등 심화과정을 많이 배웠다. 금융이나 재무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는데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MBA 덕분이라 생각한다.

△전준하 인큐젝터 부사장=3년간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한 뒤 MBA를 통해 경력을 바꿔 컨설팅회사에서 조직·인사·전략 컨설팅을 맡아왔다. 최근 MBA 동기들과 크라우드 펀딩 회사를 만들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는 방식인데 이를 중개해주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인디밴드가 돈은 없는데 팬이 많다면 먼저 공연을 위해 필요한 펀딩을 해준다. 사회적 공익성도 있고 경제적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준규 한진해운 로지스틱스운영팀 과장=물류회사에 3년6개월간 다니다 모교에 MBA 과정이 생겨 입학했다. 숫자 개념이 약해 전 직장에서 고생을 했으나 MBA를 통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신사업개발 분야를 맡고 있는데 시야가 넓어진 점과 새롭고 만족할 만한 일을 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박희선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 대리=미국 텍사스에 있는 신약개발 전문 연구회사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 애널리스트로 재무분석 일을 3년9개월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MBA를 땄다. 지금은 기업금융 분야에서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펀딩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도 MBA의 장점인데.

△박희선=뉴욕주 검사나 국내 대기업 임원, 주얼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이 MBA에 참여한다. 졸업할 때는 선배의 직업군에서 멘토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언을 받을 수 있다. 1 대 1 상담도 가능하다. 동문 풀이 넓어 비즈니스 매칭도 해주고 있다.

△이지혜=연령대가 다양한데 최고령자와 주니어가 한 그룹에 묶이는 등 회사에서 감히 말 못 건넨 분과 대화하게 돼 도움이 됐다. MBA를 마치니 저장해둔 전화번호가 500명 넘게 더 생겼다.

△오인철=MBA 과정 중 싱가포르국립대나 홍콩 등에서도 금융관련 강의를 듣는데 동문 선배들인 현업 임원들과 소통하면서 배운다. 지금도 이메일을 주고 받는데 MBA를 한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진출하는 것도 꿈꿔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준규=MBA에서 기수 회장을 하면서 70명 되는 학우들을 대표하고 교수와 학생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IE비즈니스스쿨에서 3개월간 공부하면서 유럽과 남미의 학생과도 교류했다. 남미 쪽에서는 고위층 자제가 많았고 유럽인들은 창업에 관심이 많더라.

MBA 과정을 이수하기 쉽지 않다는데.

△박다예
=극한 상황에 몰아넣을 정도로 공부를 시킨다. 현업에 나오면 ‘그때 그런 일도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각오를 다지게 된다. 강인한 체력이 길러진다.

△이정석=각각의 개인이 살아갈 생존능력을 키워주는 게 MBA의 장점이다. 기초 3과목 외에는 다 미국인 교수가 강의를 해서 살아남으려면 영어도 따라가야 한다. 미적분을 몰랐던 사람도 며칠 사이에 해내야 살아남는다.

△이준규=학부 때는 안그랬는데 MBA 과정에서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랩톱 컴퓨터를 열어 과제를 풀게 되더라. 나 때문에 다른 팀원이 망치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강하다. 대학원 과정에도 비교평가 방식으로 C학점과 D학점을 준다. 고통의 강도가 군대에서 유격받는 것과 흡사한데 그런 고통이 나를 살리는 보약이라 생각한다.

주간 풀타임보다 야간과정이 더 어려울 텐데.

△장희영
=주간과정과 달리 야간과정은 사회 경험이 많은 임원급이나 전문직이 많이 온다. 전문성이 높아서 교수가 물어볼 정도라는 게 장점이다.

△이지혜=인력풀이 더 넓은 것 같다. 경력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너무 잘해 그분이 실무로 하는 일을 나는 책으로 배운다고 느끼게 되더라.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