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시가스가 만기를 무제한 연장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사채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을 CB 형태로 발행하기는 강남도시가스가 처음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강남도시가스는 최근 강남그린에너지를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강남그린에너지는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이 참여한 에너지 투자 펀드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가 세운 회사다.
맥쿼리펀드는 오는 25일 강남도시가스 지분 100%를 583억8360만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행된 400억원 CB를 포함하면 총 인수 금액은 983억8360만원인 셈이다.
이번에 발행한 CB는 만기일이 2042년 9월25일으로 30년이다. 만기를 추가로 30년 연장할 수 있으며, 연장 횟수 제한도 없다.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라고 할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청구기간은 내년 3월25일부터 2042년 8월25일까지다. 전환가액은 8만원이며 이자는 경영 성과, 재무 현황 등 성과에 연동해 결정하기로 했다.
강남도시가스가 ‘영구CB’를 내놓은 것은 만기가 없는 덕분에 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 데다 사모투자펀드(PEF)인 맥쿼리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금융회사 위주로 발행되던 장기 하이브리드채권은 지난 4월 상법 개정으로 일반 기업에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하이브리드채권을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문제삼지 않기로 결론냈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달러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키로 한 데 이어 대한항공, 한국서부발전 등도 영구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도시가스가 발행한 영구CB 역시 회계상 부채에 해당되지만 만기가 없는 만큼 자본으로 인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 만기가 긴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발행된 적은 있었지만 모두 사채로 분류, 부채로 인식됐다”며 “강남도시가스가 발행한 영구CB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국내 첫 주식연계증권(ELB)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