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7일 오후 3시15분

‘부채와 자본’의 두 얼굴을 지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일반기업 최초로 발행 계획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기회만 엿보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 판단에 따라 상환 시점을 계속 미룰 수 있어 ‘영구채권’으로 불린다. 돈을 빌려 쓰면서도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7일 “5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라며 “오는 11월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서부발전도 공기업 중 최초로 발행 계획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주관사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일반기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 4월 상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재무지표 개선 목적의 남발을 우려하는 금융당국과 기업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진 탓에 이달까지 5개월이 넘도록 한 건의 발행도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문을 연 회사는 두산인프라코어다. 이 회사는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신용 보강에 힘입어 지난 25일 해외에서 연 3.328%의 저금리로 5억달러 조달 계획을 확정했다.

회사채시장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발행 절차를 유심히 지켜본 기업들이 잇달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 다수의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실질적인 재무 부담 측면에서 일반 채권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무분별한 발행이 이어진다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대부분 발행 회사가 5년 뒤 중도 상환을 결정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자율이 크게 뛰어오르는 ‘스텝업(step up)’ 계약 등을 맺어 발행 5년 뒤 원리금을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