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자 라이벌’ 삼성과 LG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전면적 소송전은 이례적인 일이다. 수많은 감정싸움 와중에도 특허는 1992년 크로스라이선싱 협약을 통해 공유해왔던 게 양사다.

LG가 삼성과의 전면전을 택한 것은 최근 연달아 벌어진 세 가지 사건으로 감정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 5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건을 둘러싸고 1차 대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냉장고 용량 진실게임으로 옮겨붙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LG 냉장고를 분해해 물을 붓거나 캔을 넣는 방식으로 자사 냉장고의 실질 용량이 더 크다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자, LG전자가 한국산업규격(KS)과 다른 방식으로 비방하는 것이라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 출시를 앞당긴 게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가 반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스마트폰 ‘G폰’을 지난 18일 발표한 뒤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다음달 중순 내놓으려던 갤럭시노트2를 2주 이상 앞당겨 G폰보다 먼저 시장에 투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폰5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LG 쪽에선 G폰에 의도적으로 재를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LG의 소송 제기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LG가 실적 부진을 소송전으로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