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대선후보들 추석민심 얻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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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있어야 복지·일자리도 있어
고부가산업 육성…성장동력 찾길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
고부가산업 육성…성장동력 찾길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추석 민심이 어떻게 될까. 이번 대선도 추석 민심의 흐름이 중요할 것 같다. 그 흐름은 무엇보다 경제를 중심으로 결정될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누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않겠는가. 대선은 정치 이벤트지만 그 이슈는 경제인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등 대선 후보들의 구호가 모두 경제 문제다. 다만 올해는 여야 후보 모두 과거 단골 메뉴었던 ‘성장’이 빠졌다. 성장이 어떻게 빠지게 됐나. 우선 성장 구호가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모두 7% 성장을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그런 유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두 후보가 성장을 또 내세우기는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성장이 빠진 또 하나 이유는 박근혜 후보가 지난 4·11 총선 때 ‘왼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성장을 지지하는 쪽은 어차피 자기 표니 지지층을 넓히자는 의도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재미를 보았다. 민주당이 더 왼쪽으로 옮겨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박 후보와 별 차이가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생기게 됐다. 안철수 후보가 ‘새 성장 동력’을 강조하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두 후보에게 부담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방에 안 후보가 들어온 꼴이다. 문 후보도 마찬가지다. ‘4대 성장’ 같은 것으로 무언가 성장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데 안 후보에게 선수를 뺏긴 셈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성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성장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요체는 성장으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복지의 재원이 성장에서 나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관계는 어떤가. 현 시점에서 경제 민주화가 성장의 필요조건이라는 관계가 있다.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존 성장 구도는 한계에 달했다. 새 성장 동력의 주축은 중소·벤처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이 그 기술을 빼앗고, 인력을 빼가고, 가격을 후려치는 사정을 고치지 않고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새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성장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가 같이 얽히는 이런 구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 논의돼 온 것이다. 그런 구도의 핵은 성장이다. 새 고부가가치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 고소득 일자리를 만들어야 다른 문제가 같이 풀리게 돼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5년간 말만 하고 시행이 안 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안 후보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을까. 벤처 1세대라지만 기업 경영과 경제정책은 다른 것이다.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후보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기이한 한국적 상황에서 15년간 논의해 왔던 것을 내세웠다고 그 실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대선이 지금 같은 상황으로 오게 된 데는 기성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현 정부의 4대강 같은 사업을 막지 못하고, 선거에 임해서는 새로운 성장 방안을 내기보다 ‘왼쪽’으로 이동한 박 후보와 새누리당, 그리고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처음 도입한 것이 자신이었는데도 그것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민주당의 ‘내공력’ 부족 때문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성장은 오른쪽,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는 왼쪽이라는 식의 사고가 틀렸다. 성장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가 같이 얽힌 구도를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실마리부터 풀어내는 데는 오른쪽 왼쪽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차이가 난다면 능력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능력 없이 좋은 것을 다 공약해도 헛구호가 된다는 것을 교육 수준과 정치의식이 누구보다 높은 한국 국민은 알고 있다. 추석이 지나서라도 세 후보는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등 대선 후보들의 구호가 모두 경제 문제다. 다만 올해는 여야 후보 모두 과거 단골 메뉴었던 ‘성장’이 빠졌다. 성장이 어떻게 빠지게 됐나. 우선 성장 구호가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모두 7% 성장을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그런 유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두 후보가 성장을 또 내세우기는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성장이 빠진 또 하나 이유는 박근혜 후보가 지난 4·11 총선 때 ‘왼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성장을 지지하는 쪽은 어차피 자기 표니 지지층을 넓히자는 의도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재미를 보았다. 민주당이 더 왼쪽으로 옮겨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박 후보와 별 차이가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생기게 됐다. 안철수 후보가 ‘새 성장 동력’을 강조하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두 후보에게 부담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방에 안 후보가 들어온 꼴이다. 문 후보도 마찬가지다. ‘4대 성장’ 같은 것으로 무언가 성장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데 안 후보에게 선수를 뺏긴 셈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성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성장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요체는 성장으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복지의 재원이 성장에서 나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관계는 어떤가. 현 시점에서 경제 민주화가 성장의 필요조건이라는 관계가 있다.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존 성장 구도는 한계에 달했다. 새 성장 동력의 주축은 중소·벤처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이 그 기술을 빼앗고, 인력을 빼가고, 가격을 후려치는 사정을 고치지 않고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새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성장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가 같이 얽히는 이런 구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 논의돼 온 것이다. 그런 구도의 핵은 성장이다. 새 고부가가치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 고소득 일자리를 만들어야 다른 문제가 같이 풀리게 돼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5년간 말만 하고 시행이 안 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안 후보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을까. 벤처 1세대라지만 기업 경영과 경제정책은 다른 것이다.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후보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기이한 한국적 상황에서 15년간 논의해 왔던 것을 내세웠다고 그 실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대선이 지금 같은 상황으로 오게 된 데는 기성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현 정부의 4대강 같은 사업을 막지 못하고, 선거에 임해서는 새로운 성장 방안을 내기보다 ‘왼쪽’으로 이동한 박 후보와 새누리당, 그리고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처음 도입한 것이 자신이었는데도 그것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민주당의 ‘내공력’ 부족 때문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성장은 오른쪽,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는 왼쪽이라는 식의 사고가 틀렸다. 성장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가 같이 얽힌 구도를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실마리부터 풀어내는 데는 오른쪽 왼쪽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차이가 난다면 능력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능력 없이 좋은 것을 다 공약해도 헛구호가 된다는 것을 교육 수준과 정치의식이 누구보다 높은 한국 국민은 알고 있다. 추석이 지나서라도 세 후보는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