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조원대 30대 그룹 웅진그룹도 불황의 파고를 넘어서지 못했다. 금융당국 역시 비상이 걸렸다. 웅진 등 일부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기업 집단에 금융당국이 긴급 재무상태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징후'가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제 기업의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험)를 가장 먼저 뜯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곳은 물론 부채인 회사채 발행이 많은 곳도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의 대출 보증 등 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모두 3조7400억원으로 가집계되고 있다. 연대보증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단기차입금은 8월 현재 4164억원을 기록, 6개월 전에 비해 750억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올들어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불황의 여파는 이미 증시를 덮친 지 오래다. 5월 풍림산업, 8월 금강제강, 9월 SSCP 등이 줄줄이 부도 처리됐다. 더욱이 SSCP는 부도 직전 분기까지 영업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우량기업을 포함해 부채비율 등 주요 지표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현재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곳 가운데 올 상반기말 부채비율(IFRS 연결기준)이 상대적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한국전력(137%→174%), SK텔레콤(79%→106%), 삼성물산(114%→132%), LG디스플레이(128%→158%) 등 5곳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다만 삼성중업(269%→217%)과 삼성엔지니어링(324%→289%)의 부채비율은 1년 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를 웃돌아 다소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고려아연(26%), 삼성SDI(33%), KT&G(36%), 삼성전자(50%), NHN(52%), LG화학(57%) 등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부채비율이 전년보다 늘어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다음(24%→19%), 에스엠(35%→21%), 와이지엔터테인먼트(63%→17%), 에스에프에이(64%→54%), 메디포스트(17%→10%), 덕산하이메탈(18%→9%), 차바이오앤(44%→33%) 등 10여곳을 제외한 시총 30위권 내 대부분 기업들의 부채가 다소 늘었다.

특히 씨젠은 작년 상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이 23%대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102%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 1위인 셀트리온도 48%에서 57%로 다소 늘었다. SK브로드밴드는 여전히 일부 잠식 상태이고, 골프존은 5%대로 부채가 거의 없던 수준에서 26%를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까지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ICT(189%), CJ오쇼핑(143%), 성우하이텍(122%), 인터플렉스(100%) 등으로 나타났다.

이화진 키움증권 크레딧(신용) 담당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웅진홀딩스는 무리한 차입과 계열사 지원 그리고 핵심 계열사 매각과 건설업 및 태양광산업의 업황 부진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투자자들은 이제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영업현금흐름은 물론 주석사항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개별기업들의 문제도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 여파로 산업위험이 재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도 향후 투자수익에 대한 분석 이외에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분석을 해 줄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용리스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