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첫삽을 뜬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착공 1년도 채 안돼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전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SOM(미국), MVRDV(네덜란드) 등 19개 해외 설계업체들도 설계비를 받지 못해 소송을 위한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은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사업 주도권을 둘러싸고 올 들어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운영자금이 바닥나면서 공사 중단 사태에까지 이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5일 금융·건설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PFV는 작년 10월11일 첫 단계 사업 기공식을 열고 랜드마크 빌딩 건설 등을 위한 기반공사(토지오염 정화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공사비(271억원) 미지급이 장기화하자 이달 3일 공사를 중단했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기름과 중금속 등을 제거하기 위한 토지오염 정화 공사는 실질적인 터파기 공사에 해당돼 이번 공사 중단으로 내년 상반기 예정이던 랜드마크 빌딩 신축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드림허브는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의뢰했던 기본설계비용 217억원과 국내 설계사무소에 줘야 하는 496억원 등 719억원을 3~4개월째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토지 정화 공사분(217억원)을 합치면 드림허브 측은 1000억원에 이르는 각종 운영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드림허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용산역세권개발(주)이 자금 조달에 실패한 탓이다.

해외 건축회사들은 설계비 지급 지연과 관련, 계약서상 조항을 들어 계약 파기 및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어 용산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적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본금 1조원으로 시작한 드림허브의 자본금은 436억원만 남아 있다. 미지급 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데다 오는 12월에는 금융이자 등으로 550억원이 더 필요해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부도’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