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충남 서천 맛기행, 비릿한 고향 내음·갈대 길 따라…가을이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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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벗어나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문에는 큼직하게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이라고 적혀 있다. 이곳이 수산물동이다. 비릿한 냄새가 기분 좋게 온몸으로 전해온다. 수산물동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서울의 노량진수산시장에 비하면 조촐한 느낌마저 든다. 한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하다. 마치 익숙한 동네 시장으로 마실 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모, 삼촌’ 하면서 흥정하기도 편하다. 작지만 단단하고 푸근한 느낌이 서천특화시장의 첫인상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석특집 ‘가볼 만한 곳’의 하나로 이 시장을 추천한 것도 이런 까닭일 게다.
제철 맞은 전어·속 꽉찬 꽃게'별미'
아담하지만 당차 보이는 수산물동은 서해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수족관에는 광어, 우럭, 도미가 제집 안방인 양 활개를 치고, 어른 손바닥만한 대하는 펄떡펄떡 힘자랑이 한창이다. 인상 좋게 웃는 홍어의 모습엔 절로 미소가 나온다.
그래도 철이 철이니만큼 전어와 꽃게가 먼저 눈에 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기름기가 많은 가을 전어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지만, 새콤달콤한 양념에 각종 채소를 넣고 척척 비벼 먹는 회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속이 꽉 찬 가을 꽃게는 또 어떤가.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쏟아지듯 흘러내리는 속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가을 꽃게 중에선 수게가 살이 실하다. 암게와 수게 구별법은 간단하다. 뒤집어 배 쪽을 봤을 때 무늬가 넓적한 건 암게, 뾰족한 건 수게다. 좌판에 수북이 쌓인 조개도 반갑다. 공깃돌처럼 자잘한 꼬막이 있고, 탱글탱글 생기가 느껴지는 생합도 있다. 조개구이의 터줏대감인 키조개와 맛조개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활어 코너를 지나면 건어물 코너가 나온다. 꼴뚜기부터 밴댕이, 가오리까지 말릴 수 있는 생선은 죄다 말려놓은 것 같다. 서천특화시장의 건어물은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이는 위생적인 관리 때문이다. 수산물동 앞에는 2층 규모의 위생 건조대까지 있다.
시장 구경 실컷 했으니 이제 싱싱한 활어회 한 점 맛볼 차례다. 수산물동 2층에는 식당이 20곳이나 있다. 1층 시장에서 생선을 골라 손질을 부탁하면 2층 식당으로 올려준다. 말 그대로 ‘회 따로 상차림 따로’다. 재밌는 건 1층에서 2층으로 생선을 올려주는 방법. 식당 앞에는 어느 집이고 노란 바구니가 하나씩 있는데, 이걸 이용해 1층에서 2층으로 생선을 나른다.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노란 바구니가 참 정겹고도 재미있다.
식당에서는 정해진 상차림 비용만 받는다. 상차림 비용은 활어회는 1인당 4000원, 구이탕무침은 1㎏에 5000원이다. 공깃밥과 매운탕을 주문하려면 1000원씩 추가한다. 가격은 모든 식당이 동일하다. 시장 입구에도 상차림 비용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정찰제로 운영하다 보니 초행자여도 싸네, 비싸네 하며 얼굴 붉힐 일이 없다. 서천특화시장은 첫째 화요일에 쉬며, 장날(끝자리 27일)과 휴일이 겹칠 때는 수요일에 쉰다.
해변따라 울창한 해송 숲'힐링 여행'
배를 든든히 채웠으면 장항송림산림욕장에 가보자. 이곳에서는 삼림욕과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1㎞에 이르는 해변을 따라 울창한 해송 숲이 있고, 송림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 중간에 휴식을 위한 벤치와 운동 시설도 눈에 띈다. 장항송림산림욕장 앞 해변은 모래가 단단해 백사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다. 이곳 해변의 모래는 염분, 철분, 우라늄이 풍부해 모래찜질에도 그만이다. 고려시대에 평장사를 지낸 두영철이라는 사람이 유배 중 이곳에서 모래찜질을 하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전한다.
신성리 갈대 군락·금강 하구 철새 낙원 '장관'
서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신성리 아닐까. 신성리는 갈대 군락으로 유명한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등장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금강을 따라 펼쳐진 19만8000여㎡의 갈대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늘거리는 갈대는 영화에서처럼 달빛이나 역광으로 바라볼 때 더 운치 있다.
갈대와 억새는 어떻게 구별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억새는 마른 땅에서, 갈대는 습지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민둥산이나 명성산처럼 억새 군락은 대부분 산중에 있지만, 갈대는 신성리나 순천만처럼 습지에 군락을 이룬다.
신성리 갈대밭 가는 길에 만나는 한산모시관(hansanmosi.kr)도 놓칠 수 없다. 예부터 서천 한산면의 모시는 올이 가늘고 정교해 세모시라 불렀다. 세모시로 만든 옷은 합성섬유에 비해 통풍성과 땀 흡수력이 뛰어나다. 한산모시관에서는 모시를 어떻게 채취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옷감으로 거듭나는지 등을 살펴보고, 한산모시를 활용한 다양한 의상 작품과 소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한산모시관 시연공방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14호 방연옥 여사의 모시 짜기 시연도 감상할 수 있다.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금강 하구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불린다. 조류생태전시관(bird.seocheon.go.kr)은 금강 하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서면 장산로에 있다. 철새 조망은 물론 금강 하구로 몰려드는 많은 철새에 대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전시관 3층 ‘새들의 집들이’는 청둥오리와 고니 등 철새 가족을 재미난 캐릭터로 의인화해 아이들이 철새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4층 전망대에선 새 모양을 본떠 만든 망원경으로 금강 하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조류생태전시관은 4대강 자전거길 인증센터로, 전시관 입구 주차장에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여행팁
서천을 당일여행으로 즐기려면 서천특화시장→장항송림산림욕장→조류생태전시관→신성리갈대밭→한산모시관 코스를 추천한다. 1박2일로 여행하려면 첫째 날에는 월하성 갯벌→서천특화시장→장항송림산림욕장→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일몰을, 둘째 날엔 마량포구 일출→조류생태전시관→신성리갈대밭→한산모시관 순으로 여행하면 좋겠다.
서울~서천 간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차례 운행하며 2시간20분 걸린다.
맛있는 음식으로는 판교면 종판로 삼성식당(041-951-5578)의 냉면, 장항읍 장서로 47번길 장항할매온정집(041-956-4860)의 아귀탕아귀찜, 한산면 한산모시길 38번길 모시원(041-951-0021)의 돌솥밥, 판교면 종판로 수정식당(041-951-5573)의 냉면과 갈비탕, 서면 서인로 235번길 서산회관(041-951-7677)의 주꾸미볶음이 유명하다. 홍원항,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월하성 갯벌, 춘장대해수욕장, 희리산 해송 자연휴양림 등 주변 볼거리도 풍부하다. 서천군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seocheon.go.kr) 참조. 서천군 관광안내소 (041)952-9525, 서천특화시장 상인회 (041)951-1445
정철훈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