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값 60% 내렸는데 매출은 절반" 금융권도 선물예산 30% 줄여…1만원대 저가세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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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추석경기 진단
“증권사 등 기업들이 선물을 보내는 고객 수를 줄이거나 단가를 내리는 식으로 예산을 평균 30% 낮췄어요.”(서울 중구 백화점 법인영업팀 과장) “송이버섯 값이 작년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매출은 절반도 안 됩니다. 작년에는 추석이 일러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습니다.”(남대문시장 건강식품매장 주인)
○체감경기 ‘작년의 60~70%’
추석(30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 유통가에는 명절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경기불황으로 개인과 기업 모두 선물 씀씀이를 줄인 탓이다.
지난 13~14일부터 선물세트 매장 판매를 시작한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23일까지 선물 매출이 전년에 비해 소폭 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선물세트 매출은 이마트가 1.2%, 롯데마트 4.2%,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5.3%와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모두 뒷걸음친 2009년 설 이후 가장 저조한 명절 매출 동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에 늦더위와 ‘이른 추석’(9월12일)으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아 초·중반 매출이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일선 현장과 매장에서 만난 영업사원 및 판매 직원의 체감 경기는 품목을 가리지 않고 “작년 추석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전통주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작년 대비 60~70% 수준으로 매출이 줄었다”며 “할인가격을 제시해도 더 깎아달라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법인영업 담당자는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는 선물 고객 등급을 연간 거래액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높여 선물 숫자를 줄이고 단가도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며 “명절 선물의 큰손인 금융권에서 예산을 줄여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초저가·실속형 판매 늘어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평균 선물 구매액도 상품군별로 20~30% 정도 낮아진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선물 가격대를 낮추면서 저렴하게 구성한 실속형 상품들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13만원대 한우 실속 상품은 전체 한우세트 중 가장 많이 팔려 전년 대비 20%가량 매출이 늘었다. 롯데마트가 작년보다 가격을 30% 낮춰 선보인 4만원대 ‘참굴비 선물세트 1호’ 매출은 작년보다 45.1% 늘었고, 이마트의 4만원대 굴비세트 매출도 10%가량 증가했다.
1만원 미만의 양말세트 매출은 홈플러스와 이마트에서 각각 20%와 9% 늘었다.
과일세트 중에서도 태풍피해를 입어 값이 오른 배보다는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15% 정도 떨어진 사과로 구매가 몰리고 있다. 사과 세트와 사과·배 혼합세트는 롯데백화점과 이마트에서 각각 15%가량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 구로점을 찾은 한 중소기업 사장은 “작년까지 배를 선물했는데 올해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과로 바꿨다”며 “선물 예산을 작년보다 15% 정도 줄인 탓”이라고 말했다.
송태형/최만수/윤희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