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두 달여 전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성공은 결코 여러분 혼자서 한 게 아니다. 정부의 엄청난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구축한 도로 철도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가 없었더라면 미국이 이처럼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그 자리에 모였던 기업인들은 오바마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기업가정신을 폄훼하고 중소기업의 성공을 정부의 성공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라며 오바마 후보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오바마 후보의 말실수였다.

최근에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실언이 공개됐다. 롬니 후보가 지난 5월 플로리다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모금 행사를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47%는 어쨌거나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남이 낸 세금으로 끝없이 무상 혜택만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화가 난 미국 중산층의 심경을 표현한 것이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인 표현은 많은 미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조지 HW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의 말 실수도 유명하다. 그는 후보 시절 “내 입술을 잘 보라. 절대 세금 인상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그해 6월 “예산 부족으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꿨다. 각종 언론은 “내 입술을 잘 보라. 거짓말을 했다”고 비꼬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 말실수로 결국 4년 뒤 재선에도 실패했다.

한국에서도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004년 국회의원 총선 당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어렵다. 아무리 해명을 해봐도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기 일쑤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과 언론은 대선 후보들의 조그마한 말실수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말 실수는 대선후보의 대선가도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다. 어느 나라 선거나 마찬가지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