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여주인공 조민수 "살면서 쌓아온 눈물, 피에타 통해 쏟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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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피에타' 여주인공 조민수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장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어요. 저를 보는 한 여자 심사위원의 눈빛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우리는 그보다 큰 황금사자상을 받았으니까 더 바랄 게 없죠.”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서 주연한 조민수(47)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낙점했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에는 다른 상을 못 준다는 내규에 따라 아쉽게 받지 못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황금사자상 호명됐을때 목 아플 정도로 환호…우리가 이름붙인 '베니스 놀이'의 절정이었죠
“황금사자상 호명에 앞서 심사위원상을 발표할 때 우리 모두 손 잡고 그냥 지나치기를 기원했어요. 마침내 황금사자상에 김기덕 이름을 불렀을 때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 목이 다 아플 정도였죠. 감독님도 많이 긴장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아싸, 우리가 해냈어’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이름 붙인 ‘베니스 놀이’의 절정이었죠.”
‘피에타’가 수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청계천 공장지대에서 극악한 방법으로 빚을 받아내는 채권자와 하수인에게 자식을 잃은 엄마의 복수 이야기다.
“이탈리아 기자들이 극 중 돈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는 상황에 공감하더군요. 악인도 불쌍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한국에 청계천이란 곳이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더니 그런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는 거였어요. 저도 청계천이 그렇게 열악한 환경인지는 촬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이 서구인들에게 충격을 줬나봐요.”
영화에서 그는 엄청난 눈물을 쏟아낸다. 비밀스런 과거에 복수심과 죄책감, 개인적인 슬픔이 어우러진 탓이다.
“살면서 쌓아온 감정을 눈물 연기로 폭발시킬 수 있어 고마웠어요. 26년간 여배우로 순탄하게만 살아오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힘든 일이 다 제 경험이고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위로로 삼고 있어요. 특히 비슷한 배역을 반복할 나이에 새로운 역할을 했다는 게 행복해요.”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연기자로서의 삶을 회의 했다고 한다. 연기 대신 다른 것을 했더라면 ‘장인’ 소리를 들었을 텐데, 비슷한 배역을 반복하는 현실에 갈등이 컸다는 것이다.
“제가 어릴 때 이 배역을 맡았더라면 뭔지도 모른 채 연기했을 거예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제게 좋은 추억거리죠. 그게 전부예요. 제 상품가치가 조금 올라갔을까?”
김기덕 감독 촬영현장 놀랄만큼 빨라…스태프들이 뿜어내는 열정 다시 느끼고파
그는 연기자로 지금까지 버티는 비결도 들려줬다. 김기팔 김순철 작가, 박근형 선배 등을 멘토로 삼고 따른다고 했다.
“김기팔 선생은 카메라를 보면서 예쁜 척하지 말라고 꾸짖었어요. 배우가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거였죠. 김순철 선생은 촬영장에 대본을 들고와선 안 된다고 했어요. 머릿속에 준비해 와야 한다는 의미였죠. 박근형 선배와 연기를 하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느껴요. 배우는 주고받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죠. 저도 그런 선배로 남고 싶어요.”
수상 후 다음 작품도 하자는 김 감독의 말에 그는 “역할이 좋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는 ‘피에타’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이 진행하는 속도는 놀랄 만큼 빨랐다고 상기한다. 스태프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맛보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서 주연한 조민수(47)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낙점했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에는 다른 상을 못 준다는 내규에 따라 아쉽게 받지 못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황금사자상 호명됐을때 목 아플 정도로 환호…우리가 이름붙인 '베니스 놀이'의 절정이었죠
“황금사자상 호명에 앞서 심사위원상을 발표할 때 우리 모두 손 잡고 그냥 지나치기를 기원했어요. 마침내 황금사자상에 김기덕 이름을 불렀을 때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 목이 다 아플 정도였죠. 감독님도 많이 긴장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아싸, 우리가 해냈어’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이름 붙인 ‘베니스 놀이’의 절정이었죠.”
‘피에타’가 수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청계천 공장지대에서 극악한 방법으로 빚을 받아내는 채권자와 하수인에게 자식을 잃은 엄마의 복수 이야기다.
“이탈리아 기자들이 극 중 돈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는 상황에 공감하더군요. 악인도 불쌍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한국에 청계천이란 곳이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더니 그런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는 거였어요. 저도 청계천이 그렇게 열악한 환경인지는 촬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이 서구인들에게 충격을 줬나봐요.”
영화에서 그는 엄청난 눈물을 쏟아낸다. 비밀스런 과거에 복수심과 죄책감, 개인적인 슬픔이 어우러진 탓이다.
“살면서 쌓아온 감정을 눈물 연기로 폭발시킬 수 있어 고마웠어요. 26년간 여배우로 순탄하게만 살아오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힘든 일이 다 제 경험이고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위로로 삼고 있어요. 특히 비슷한 배역을 반복할 나이에 새로운 역할을 했다는 게 행복해요.”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연기자로서의 삶을 회의 했다고 한다. 연기 대신 다른 것을 했더라면 ‘장인’ 소리를 들었을 텐데, 비슷한 배역을 반복하는 현실에 갈등이 컸다는 것이다.
“제가 어릴 때 이 배역을 맡았더라면 뭔지도 모른 채 연기했을 거예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제게 좋은 추억거리죠. 그게 전부예요. 제 상품가치가 조금 올라갔을까?”
김기덕 감독 촬영현장 놀랄만큼 빨라…스태프들이 뿜어내는 열정 다시 느끼고파
그는 연기자로 지금까지 버티는 비결도 들려줬다. 김기팔 김순철 작가, 박근형 선배 등을 멘토로 삼고 따른다고 했다.
“김기팔 선생은 카메라를 보면서 예쁜 척하지 말라고 꾸짖었어요. 배우가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거였죠. 김순철 선생은 촬영장에 대본을 들고와선 안 된다고 했어요. 머릿속에 준비해 와야 한다는 의미였죠. 박근형 선배와 연기를 하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느껴요. 배우는 주고받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죠. 저도 그런 선배로 남고 싶어요.”
수상 후 다음 작품도 하자는 김 감독의 말에 그는 “역할이 좋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는 ‘피에타’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이 진행하는 속도는 놀랄 만큼 빨랐다고 상기한다. 스태프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맛보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